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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열차 사고: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낳을 재앙의 예고편

8월 31일 경부선 대구역에서 열차 3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역을 통과하던 서울행 KTX가 역을 빠져나가기 전, 신호를 오인한 무궁화호가 출발했고, 이때 부산행 KTX가 들어오면서 탈선한 열차를 또 한번 충돌했다.

당시 열차에는 1천3백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다행히 열차가 모두 저속 운행 중이어서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정말로 섬뜩한 순간이었다. 놀란 승객들은 열차 창문을 부수고 탈출하기도 했다.

이번 열차 사고는 단지 불운이 아니다. 철도공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력을 축소하며 효율성을 앞세워 철도를 운영해 왔다. 철도공사는 2009년 노동자 5천1백15명을 감축한 후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안전 운행에 꼭 필요한 유지·보수·정비 업무 인원이 축소·외주화됐고, 여객과 화물 열차에도 1인 승무 압박이 이어졌다.

이런 인력 감축은 철도 산업에서 핵심적인 상호 연계 시스템을 파괴한다. 열차 간 운행을 보조하는 역과 신호, 선로 안전을 책임지는 시설 관리 등 유기적 연결을 깨뜨리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한 번 더 신호를 확인하고 돌아볼 여력이 없다.

게다가 최근 철도공사는 민영화 추진을 목전에 두고는, 여객열차 승무 노동자들에게 다른 업무로의 일방적 인사 이동까지 강요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을 여러 업무에 ‘유연하게’ 투입하면 신규채용은 늘리지 않아도 되고, 그럼 분할 민영화를 위해 몸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열차 승무 노동자들은 휴일근무 거부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자 철도공사는 노조 투쟁을 무력화하려고 ‘장롱 면허증’을 가진 “무자격자”를 대신 승무시켰다. 이번에 무궁화호에 탑승해 신호를 오인한 승무원 역시 7년 이상 동안 열차를 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철도노조는 사고가 나기 일주일도 더 전인 8월 22일에 이미 “승객의 안전을 무시한 무자격 열차 승무원의 승무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철도공사는 이런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따라서 보수 언론들이 이번 사고가 “노조 이기주의”와 “기강 해이” 때문이라며,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을 적극 재검토”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오히려 이번 사고는 철도공사가 노동자들의 경고도 무시한 채, 인력 감축과 ‘비숙련 대체 인력 투입’을 강행한 결과다.

그리고 가장 극단적인 경쟁체제 도입(민영화)은 이런 안전 사고를 훨씬 늘릴 것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보듯이 민영화는 언제나 사기업들의 이윤 보장을 위해 인력과 필요한 투자를 줄이는 과정이었다. 이윤과 안전을 맞바꾼 유럽의 민영 철도에는 항상 끔찍한 대형 참사가 뒤따랐다.

지금 철도공사가 추진하는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역시 민영화의 일환이다.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