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 김한길이 9월 13일 박근혜의 3자회담 제안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촛불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가 가장 먼저 이탈한 2008년의 행태를 또 반복하려는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는 아직 국정원 개혁을 약속한 것도, 국정원 정치 개입에 대해 사과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김한길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국가정보기관으로부터 신세를 얼마나 졌는지는 논의의 중심이 아니”라고 했다.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했던 것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말이다.

결국 민주당은 이 기회를 장외투쟁을 접고 9월 정기국회로 복귀하는 수순으로 삼을 듯하다. 변변치 못했던 국정조사 실시 말고는 딱히 얻어낸 것도 없는데, 국회로 들어가는 것은 박근혜 좋은 일만 시킬 것이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도 ‘당론’으로 찬성하며 박근혜를 도왔다. 이들은 최근 통합진보당 핑계를 대며 촛불 본집회에는 참석을 않는 등 이미 거리를 둬 왔다.

과반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에 시달릴 때는 촛불 덕을 보려고 ‘침대 천막’을 치더니, 불리해질 듯하니 금세 촛불에 등을 돌리는 셈이다.

박근혜는 국회로 들어온 민주당에게 각종 개악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들러리 설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매카시즘과 탄압의 고삐를 더욱 쥐려 할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 내 NGO,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고 추수한 것이 왜 문제였는지 보여 준다. 촛불집회 발언과 팻말까지 통제하며 애를 썼지만 민주당에게 뒤통수만 맞은 것이다.

촛불운동의 잠재력과 힘을 독립적으로 키우려고 하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시국회의는 민주당에 의존하기를 그만두고, 분명히 비판하면서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불만을 모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