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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복지도 먹튀하고 민영화로 달려가는 박근혜

박근혜 정부의 의료 관련 공약의 핵심은 ‘4대 중증 질환 1백 퍼센트 국가 보장’이었다.

‘1백 퍼센트 국가 보장’이란 구호는 그동안 진보진영이 주장한 ‘무상의료’를 차용한 것이고, 이를 4대 중증 질환에 먼저 적용하겠다는 것은 정책의 ‘현실성’을 드러내려는 시도였다. 즉, 부분적이지만 ‘실현하는 무상의료’로 대중을 사로잡으려는 슬로건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는 당선하자마자 인수위 시절에 간병비를 제외한다고 밝혔고, 취임 후에는 3대 비급여(차등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를 모두 제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약은 점점 누더기가 돼 갔다. 지금은 사퇴한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은 인사청문회에서 이 공약이 ‘선거 캠페인용’일 뿐이라고도 했다.

6월에는 비급여뿐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 영역(치료 영역)도 전액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부담금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최종으로는 4대 중증 질환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돈이 기껏해야 이전보다 25퍼센트 정도 경감되는 안이 제시됐다.

4대 중증 질환은 원래 건강보험급여 본인부담금이 5~10퍼센트밖에 안 되는 보장성이 가장 높은 구간이었다. 이 구간의 보장성을 1백 퍼센트로 만드는 것조차 지키지 못한 것은 사기였다.

이처럼 공약을 누더기로 만들고 사기 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정책 노선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다음 날 한국 역사 최초로 공공의료기관 폐원 시도가 일어났다. 바로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원 시도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복지정책의 방향을 예측케 했다. 일단 지자체의 복지 축소에 대해 중앙정부는 철저하게 ‘불개입’을 내세웠다. 즉, 정부가 복지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적 방임을 천명하고, 지방정부 탓을 하면서 실제로는 복지 축소의 면죄부까지 얻은 것이다.

둘째, 그나마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보험 부분에서는 째째한 복지 확대는 이루더라도, 공급 부문에서는 병원자본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개월간 ‘메디텔’, ‘보험업의 환자 유치·알선’, ‘원격의료’, ‘영리병원’ 등 다양한 의료민영화, 영리화 시도를 계속하면서, 병원으로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불살랐다.

그나마 4대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재정도 국민들이 병원을 가지 않아 생긴 건강보험 흑자를 이용하는 방안만 제시한다.

의료비 상승

또한, 추가예산에 대해서는 이미 기획재정부안 중 하나로 부가가치세에 건강보험료를 추가하는 ‘건강세’ 등을 거론했다. 즉, 의료민영화는 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만 하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나 치료재, 검사 등(비급여)에 대해서도 ‘선별급여’라는 차등 급여구간을 두려고 한다.

병원들이 진료비 인상의 주원인인 비급여를 무분별하게 늘리는데,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으면 그 가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비급여 진료 중에 일부에 대해 건강보험이 30~70퍼센트만 지원하는 선택구간을 두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병원들이 제멋대로 가격을 정해 받던 각종 검사 비용 등의 가격이 정해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의료비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비급여 항목들은 대부분 비필수의료(성형, 미용 등)거나 아직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들인데, 이를 반쯤 인정해 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들은 이런 진료를 크게 늘릴 것이다. 다른 모든 진료가 그렇듯 환자들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동안 이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심사평가기준이 없어 곤란을 겪던 민간보험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건강보험의 부분 부담으로 보험 지급액을 일부 줄일 수 있고, 가격 표준화로 분명한 재정계획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기초가 되는 심사평가는 건강보험에서 다 해 주니 일석이조다.

사실 가장 효과적인 가격 통제는 정부가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면 정부가 대부분의 진료비를 결정하고 통제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은 필요없게 된다. 이 때문에 필요한 비급여를 모조리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것은 민간보험에 직격탄이 되고, 이를 막는 것이 민간의료보험에게는 사활을 걸 문제다. 선별급여라는 꼼수가 나온 이유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5월 민간의료보험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알선할 수 있게 해 주고, ‘메디텔’이라는 의료호텔을 통해 병원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민영화와 민간보험, 그리고 병원자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공약은 완전 누더기에 사기가 돼 여론의 지탄을 받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