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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대납’ 논란:
노동자·학생 이간질에 휘말리지 말아야

7월 5일 교육부 감사 결과, 사립대학 39곳이 교직원이 납부해야 할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이하 개인부담금)과 건강보험료 등 총 1천8백60억 원을 교비회계와 법인회계에서 지급한 것이 드러났다. 특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뤄진 교비회계에서 개인부담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두고 문제 제기가 많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이를 빌미로 재정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해서, 대학 40여 곳이 노동자들에게 이 돈을 ‘반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직원에게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받겠다고 해 놓고, 기부금을 내지 않은 직원들에게 급여에서 개인부담금을 강제로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동덕여대, 영남대, 단국대 등도 개인부담금을 노동자들에게서 환수했다.

ⓒ사진 출처 동국대 등록금 바로쓰기 대책위원회

많은 대학들이 관행으로 지급해 온 것을 정부가 갑자기 문제 삼는 의도는 매우 의심스럽다. 박근혜는 7월 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높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 등록금으로 교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돈을 지급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육비에 대한 정부와 재단의 책임은 회피한 채, 대학 노동자와 학생을 이간하려는 의도를 보여 준다.

그러나 교비회계에서 교직원들의 개인부담금을 지급한 것은 결코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한신대나 고려대 등 적잖은 사립대 재단들은 수년 동안 교직원 임금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노동자들의 개인부담금을 지급해 왔다.

따라서 이것은 사실 ‘대납’이 아니라 노동자 임금의 일부다. 심지어 판례에도 ‘단체협약에 의한 개인연금보험을 사용자가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한 것은 근로의 대상인 임금의 성질을 갖는다’고 돼 있다. 사립재단들이 마땅히 줘야 할 임금을 자신들의 돈이 아니라, 교비회계로 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탐욕을 부려 온 사립재단과 이들을 방치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교비회계에서 납부한 개인부담금을 노동자들에게서 강탈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고, 적립금이나 법인 특별 전출금을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에 써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진보진영이나 학생들이 이 쟁점을 두고 다소 부적절한 입장을 취하거나 학교와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것은 아쉽다. 이는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논리와 이간질에 취약할 수 있다.

인하대 등 몇몇 총학생회들은 구체적인 환수 방안을 말하지 않고 “교직원 연금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학교육연구소가 7월 9일에 낸 입장을 보면, 노조가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식의 진술과 재단과 함께 교직원 노조를 비난하는 부적절한 내용도 있다.

한대련도 자료집에서 “대학으로서는 등록금을 내리거나 … 교내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보다 교직원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며 학생 복지와 교직원 편의를 대립시키는 듯 말했다. 교육부의 연금 환수 방침을 비판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최근 기성회비 반환 판결 이후 대학노조, 공무원 노조, 한대련 등이 단결해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기성회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도 노동자와 학생이 단결할 수 있는 요구를 제시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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