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게이트’로 드러난 추악한 보수대연합의 목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확실히 밀어붙이고, 동아시아 긴장 상황에 강경 대처할 강성 우파 정권의 재창출이었다.

최근 복지·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뒤엎고 공안 마녀사냥,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밀어붙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존재 이유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정치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도 박근혜는 모르쇠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의 정통성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꼬리자르기 하다가는 우파 결집이 흐트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사과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키우냐’라는 일부 우파의 불평을 들으면서도 채동욱 찍어내기까지 하며 무리수를 둔 이유다.

그런데 역설이게도 이런 대응이 국가기관 내부에 연달은 공개 항명과 균열을 냈다. 특히 가장 중앙집권적인 특권우파 집단 검찰에서 균열이 일어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교조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시사적이다. 그렇게 ‘반인권위원회’라고 욕먹더니 말이다.

유신스타일

이것은 박근혜의 ‘유신스타일’이 ‘유신체제’를 부활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1987년 이후 민주화의 성과와 노동자들의 조직과 의식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내부 균열이 암투에 그치지 않고 외부로 드러난 것은 아래로부터의 압력과 연관 있다. 지난 몇 달간 지속된 촛불운동은 비록 많은 한계를 드러내긴 했지만, 우파 내부의 균열을 일으키는 정치적 효과는 만들어 냈다.

그래서 박근혜는 우파의 기대와 달리 ‘한국의 대처’가 되기 힘들어 보인다. 당장 박근혜는 협박에 굴하지 않은 전교조 조합원 68퍼센트에게 한 방 먹었다. 현대중공업 노조 선거에서 12년 만에 민주파가 당선한 것, 6년 만에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도 힘 나는 소식이다.

물론 박근혜는 또 책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지체 없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그러나 복지 먹튀 속에 9월 하순 이후 박근혜 지지율은 하락 추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압도적 우위라던 경기 화성 보궐선거에 총력 지원 태세로 돌아섰다. 서청원이 당선하더라도 가까스로 이긴다면, 지방선거를 앞둔 집권당의 부담도 더 커질 것이다.

전교조처럼 우파 공세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노동자·민중이 늘어날수록, 우향우 정책이 지배계급 안에서도 무리수로 비춰지고 균열이 더 깊숙한 분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