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반 년 만에 각종 복지공약 파기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으로 강성우파의 발톱을 드러낸 박근혜가 또 하나의 반민주 도발을 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이다.

진보당은 대표적 진보정당으로서 지난해 총선 정당비례에서 2백19만여 명의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도 6명이나 된다. 총선 뒤 우여곡절 끝에 분당한 것을 감안해도 적어도 1백만 명 남짓에게서 지지받는 정당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이런 정당을 대통령과 장관들 열몇 명과 헌법재판관 6명이면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게 얼마나 기만적이고, 평균적인 자유민주주의조차 못 되는 반민주적 특권 질서인지 알 만하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까지 허용해야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은 경제 위기를 앞두고 좌파 단속을 위한 선제 조처이며, 반민주 폭거다. 새누리당이 연이어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강령을 가진 시민사회단체들을 해산시키는 법을 내놓겠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근혜는 이런 야만적 탄압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대선 개입 의혹에서 딴 데로 돌리고, 우파 결집과 정국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

또한 해산심판 청구는 이석기 의원 등 ‘RO’ 사건 재판부에 유죄 판결을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꾸로 ‘RO’ 사건 재판부의 유죄 판결은 진보당 위헌 판결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M16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진보당이 8퍼센트로 적지 않게 득표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핍 정책에 대한 불만이 왼쪽으로 수렴되는 것을 미리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선거 전략 측면에서 보면, 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술이기도 하다.

한편, 현 정치 상황을 ‘유신 회귀’ 또는 ‘공안정국’이라 보기는 힘들다. 좌파 일부가 법적 배제와 협박을 받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매주 대규모 서울 도심 촛불집회와 여러 활동이 큰 제약 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은 박근혜의 유신 스타일 통치가 유신 체제를 곧장 만들어낼 수 없다는 분석의 올바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예를 들어, 김기춘이 검찰총장으로서 주도한 1989년 공안정국 때는 경찰에게 저항하면 발포하라고 일선 경찰서에 M16 소총이 지급됐다. 한동안 신문 1면은 연일 민주화운동의 지도적 인사들에 대한 체포와 구속 소식이 실렸다. 현대중공업 파업 등에 내전을 방불케하는 폭력 탄압이 벌어졌다. 1천5백여 명이 해직된 전교조 탄압도 바로 이 때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고 상당한 조직력이 있는 진보당 해산을 헌법재판소가 섣불리 결정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헌법재판소는 정치·사회적 세력관계의 추이를 살피며 판결을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정부와 집권당은 헌법재판소법 제57조 가처분 조항을 이용해 진보당 활동 일시 정지 가처분이라도 하라고 압박하려 할 것이다.

지금 노동운동은 이런 공안정국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박근혜의 의도와 모순을 직시하면서 위축되지 말고, 좌파 단속 시도 일체에 항의·규탄해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계급적 요구를 가지고 진정한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