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공기업 부채가 심각한데, 불합리한 단체협약이 방만 경영의 요인”이라며 문제 삼았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지침과 상이한 공공기관 단협’을 시정하라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적법한 쟁의행위 시 조합·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부과 금지’, ‘조직과 인사 개편에 대한 노사 간 협의’, ‘장기근속휴가·안식년·경조비 지급’ 등 24가지 사례를 ‘불합리한’ 단체협약으로 지정했다. 최근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서울대병원의 경영진도 단협 조항 중 ‘직원 가족 선택진료비 면제’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노동조합 권리다.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향상시키고 이를 단협에 반영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초적인 구실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인상률을 2.8퍼센트로 제한하더니, 이제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고 노동조합 권리마저 박탈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고,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도 거부한 데 이어, 공무원노조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는 등 임금·노동조건을 공격할 발판을 마련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가 이명박 정부 때 급등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제외한 공공기관 2백93곳의 부채 총액은 2008년 2백90조 원에서 2012년 4백93조 4천억 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2012년 국가부채 4백43조 7천억 원보다 많은 것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5백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이하 GDP) 대비 35퍼센트 정도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아,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국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를 합쳐서 공공부문 부채를 발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75퍼센트로 급등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심화, 성장률 하락 등으로 공공부채가 급증할 수 있고, 따라서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지배자들에게 공공부문 부채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도 하다. 재정 위기가 다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 부채

한국의 공공부채가 급등한 것으로 평가되면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것이고, 그러면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결국 시중금리가 오를 수 있다.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취약해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조만간 추진될 가능성이 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까지 겹치면 금리 인상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미국 국채 금리가 1퍼센트포인트 가량 오르고, 그 여파로 점차 국내 기업·가계 대출 금리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만약 시중금리가 1퍼센트포인트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각각 연간 11조 1천억 원, 14조 5천억 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 인상은 조선·해운·건설·부동산 등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의 부실 위험을 더욱 키울 것이고, 이는 한국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조선업 대출액은 최소 50조 원 이상, 해운업 대출액은 2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조선업의 대출 연체율(3월 말 기준 약 13퍼센트)을 감안하면 최대 10조 원의 부실 채권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조선·해운 위기는 은행 위기로 퍼져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또한 이미 1천조 원이 넘은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가중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연체율이 급등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지배자들은 지금 공공부문 부채를 줄이려고 사활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쥐어짜려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박근혜 정부는 자산 2조 원 이상인 공공기관 41곳의 부채를 줄이려는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내놨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올 7월에 내놓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에서도 이명박 정부 때 급격하게 늘어난 공공부문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쥐어짜기

이 계획들에는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노동조건 악화뿐 아니라 전기·상수도·가스·고속도로·철도 요금 인상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최근 전기, 지역난방, 서울·강원 지역 도시가스, 부산 지역 하수도, 울산·충북 버스 요금의 인상 계획 등이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 급증에 노동자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보수 언론은 “철밥통”, “신의 직장”이란 자극적 표현을 쓰며 공공부문 노동자들 때문에 부채가 급증한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 공공기관 부채가 급증한 것은, 경제 위기에 대응해 대기업·부자를 살리려고 부동산 경기 부양, 대기업 요금 지원, 해외 자원 개발 등에 공공기관들을 대규모로 동원했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인 LH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으로 23조 8천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수자원공사는 총 22조 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 가운데 8조 원을 담당하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한국전력공사(한전)도 2008년부터 5년간 발생한 적자 9조 6천억 원 등 때문에 부채가 급증했다. 그런데 한전이 지난 10년간 100대 기업에 원가 이하로 할인해 준 특혜 전기요금만 9조 4천3백억 원에 이른다.

5년 동안 난 적자만큼의 돈을 10년 동안 대기업에게 할인 가격으로 값싼 전기를 공급해 준 셈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자를 메우려고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호주머니를 털어 대기업 금고를 채워 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물자원공사, 대한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같은 자원 관련 공기업들이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입한 비용도 4대강 사업에 투입된 22조 원의 곱절에 육박하는 43조 원에 이른다.

예를 들어, 광물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 5년간 2조 8천억 원이 넘는 해외투자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회수액은 2천5백억 원에 불과했다. 한국가스공사도 2008년부터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들어, 투자액만 5조 9천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18조 원 정도였던 가스공사 부채는 2013년 32조 원으로 증가했다.

철도공사 부채는 상당 부분 (1) 철도청 시절 KTX 건설사업에 들어간 정부 부채 중 4조 5천억 원을 떠안은 것, (2) 민자로 건설된 인천공항철도의 적자가 계속되자 이를 인수해 주면서 2조 원가량의 빚을 더 지게 된 것, (3)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 노선을 운영한 것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뿐 아니라 국가부채의 증가도 상당 부분은 대기업들을 위해 환율·물가 안정에 쓴 것이 이유였다.

2001~10년 국가부채 증가분 2백60조 7천억 원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백20조 5천억 원은 외화 자산 매입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 쓰였다. 외환시장 안정화 때문에 국가부채가 늘자 그 이자 갚는 데 돈을 쓰느라 복지 확대에 한사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들을 대기업·부자를 위해 동원하면서 부채를 늘려 놓고는, ‘공공기관 선진화’ 운운하며 이미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임금 동결, 단협 악화, 대졸 초임 삭감 등으로 그들을 쥐어짜 왔다.

따라서 공공기관 부채든 국가부채든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그 밖의 다른 노동자들은 득 본 것이 없고, 책임질 이유도 없다. 오히려 각종 특혜와 감세를 누린 재벌들과, 또한 이제 와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에 “협조”한 박근혜에게 책임이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임금·노동조건을 지키려 싸우는 것은 재정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

더 나아가, 그동안 공공부문 부채 확대로 득을 본 대기업·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공공기관을 지원하고, 공공기관들이 노동자·민중에게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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