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반파시즘 활동가이던 클레망 메리크가 나치 폭력배의 손에 살해당한 사건은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최근 몇 년간 나치 폭력배들이 무슬림, 성소수자, 좌파 활동가들을 수없이 공격했지만, 오로지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소수 사람들만 이를 심각하게 여겼다. 

이와 대조적으로 클레망 살해 사건은 대서특필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연민을 느끼며 행동에 나섰다. 이 사건은 국민전선(이하 FN)의 파시스트 본질을 다시 밝혀 줬다. 지난 몇 년 동안 FN이 전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2012년 대선에서 FN의 후보는 17.9퍼센트를 득표했는데, 창당 사상 최다 득표였다. 내년 지방선거와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FN이 약진하리라는 예측도 있다.

당대표가 늙은 골수 파시스트 장 마리 르펜에서 그의 딸 마린 르펜으로 바뀐 것이 FN의 숙원인 ‘탈악마화’ 전략에 도움이 됐다. 마린 르펜은 유대인을 배척하거나 인종간 불평등을 분명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이슬람 혐오와 실용적 관점을 강조하는 젊은 당원들을 곁에 뒀다.

국민전선의 정체성

그럼에도 FN의 정체성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FN의 후보자들이 마치 훈련이라도 받은 양 인종차별적 발언들을 마구 쏟아 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FN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면서 FN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된 더 선명한 나치들이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쉽게도 좌파는 FN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마린 르펜이 당대표가 된 뒤로는 FN이 반동적이긴 해도 ‘정상적인’ 정당이라는 생각이 광범하게 퍼졌다. 이런 잘못된 생각은 무엇보다 집권당인 사회당뿐 아니라 좌파전선의 전략에도 스며들었고, 심지어 반자본주의신당(이하 NPA)의 일부도 오염시켰다. 

FN을 ‘정상적인’ 정당으로 보는 시각이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는 2012년 좌파전선의 대선 후보였던 장뤼크 멜랑숑의 전략이다.  

멜랑숑은 FN이 특별한 위협이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FN의 대표와 논쟁하는 방식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파전선의 [지난해 대선] 거리 연설에는 멜랑숑 후보를 지지하는 수만 명이 참가했지만, 좌파전선은 FN에 반대하는 거리 운동을 벌이는 것을 반대했다. 대신 좌파전선은 멜랑숑과 마린 르펜이 맞붙는 TV 토론을 열자고 주장했다.

그 결과, 파시즘에 맞선 투쟁은 마치 멜랑숑과 르펜 두 개인의 논쟁처럼 비쳐졌고, 활동가들은 수동적으로 그 논쟁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파시즘 운동을 이끄는 것은 혁명가들의 과제가 돼야 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NPA는 지난해에 FN에 맞서는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고, 올해 9월에도 마르세유에서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반파시즘 세력을 강력하게 재건하는 데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첫째 장애물은 간단히 말해 반파시즘 운동 자체가 침체해 있다는 점이다. 클레망이 살해당하기 전까지 활동하던 반파시즘 단체는 소규모였고, 그들 중 많은 단체는 아나키즘 성향을 띠었다. 그래도 이들은 파시즘에 맞서 싸웠고, 그래서 NPA도 그들과 함께했지만, 광범한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논쟁해야 할 쟁점이 많았다. 

장애물

둘째 장애물은 NPA 자체와 관련 있다. 문제는 여러 가지다. NPA는 분열을 겪은 후 현재 약해졌다. NPA는 느슨한 구조 때문에 응집력 있고 집중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시작하거나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NPA 내에도 주로 이데올로기적인 방식으로 FN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수용하는 부류가 어느 정도 있다. FN과 직접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강령과 우리의 강령을 대립시켜 보여 주는 방식으로 싸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클레망 살해 사건을 보며 NPA를 비롯한 좌파들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클레망 살해 사건 이후 일어난 시위 규모는 상당했다. 6월 23일에도, 9월 14일 마르세유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에 참가해 행진을 벌였다.  

많은 곳에서 노동조합, NPA, 아나키스트 그룹, 좌파전선 등 다양한 경향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반파시즘 지역위원회가 꾸려졌고, 지역위원회들은 자기 지역에서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 나치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한참 모자라지만 중요한 전진이다.  

최근 정부가 로마인 학생을 강제추방한 것에 반대해 고등학생들이 벌인 운동은 밝은 희망의 불씨를 보여 줬다. 비록 학생들의 시위가 사회당 정부를 향한 것이긴 했지만, 오래된 반FN 구호인 “F는 파시스트, N은 나치”도 다시 들려왔다. 

좌파 조직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런 청년들과 연계를 맺을 수 있다면, 좌파들이 거리와 작업장과 학교와 대학에서 나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 강력한 운동이 일어날 잠재력은 크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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