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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게이트 항의 운동, 무엇이 필요한가

국가기관 선거 개입 문제가 수그러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조차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는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달라”며 시간을 벌며 냉각기를 갖고 싶어 한다. 동시에 검찰총장 채동욱과 수사팀장 윤석열을 찍어 내고 김기춘 라인 김진태를 검찰총장에, ‘공안통’ 이정회를 수사팀장에 앉혔다. 검찰을 길들이고 진실을 덮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마냥 박근혜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국정원이 퍼나른 트윗 1백20만 개가 또 폭로됐다. 검찰은 국정원 트위터 담당(안보5팀)직원 22명에 대한 기소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최근 〈한겨레〉는 국정원이 군 사이버사령부에 심리전 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이 추악한 선거개입의 컨트롤 타워 구실을 했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검찰은 물론이고 국가 기관 어디 한 곳 믿을 수 있겠느냐는 자연스러운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독립적 특검으로 국정원 게이트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할까 봐 이런 상황에서도 아랑곳 않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초연금 개악안을 짠 문형표를 앉히며 복지 후퇴를 밀고 나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까지 대선 개입 물귀신 작전에 끌어들이려 할지 모른다. 또, WTO조달협정을 개정해 철도 민영화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수사로 마녀사냥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에 대항해 민주당·안철수·정의당·참여연대는 시민·사회·종교 단체 저명인사들을 포함해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발족했다. 연석회의는 특검 TF를 꾸리고 단일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연석회의는 민주노총을 포함한 주요 진보단체들을 사실상 포함시키지 않았고 통합진보당도 배제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회의’가 몇 달째 촛불집회를 열고 있고, 특검을 요구해 온 상황에서 굳이 따로 기구를 만든 것을 봐도 연석회의 구성을 운동의 외연 확대로 보기는 힘들다.

연석회의의 목적이 대중투쟁이 아니라 그저 신야권연대에만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는 데] … 심상정과 정의당이 연대의 가교가 되겠다”며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나 급진적이지도, 투쟁적이지도 못한 이런 연대로는 박근혜 정부와 우파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어렵다.

민주당은 별다른 성과 없이 천막당사까지 접으며 완전히 국회로 복귀한 전력이 있다. 민주당은 소위 내란음모 마녀사냥이 시작되자 신속히 촛불과 선을 그었다.

안철수도 처음부터 ‘대선 정통성 시비로 번져서는 안 된다’며 요구 수준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

특검의 한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검찰을 틀어쥐려는 박근혜가 철저하게 수사할 인물을 특검에 앉힐 리 만무하다. 물론 특검 요구는 검찰에 대한 불신의 반영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모든 민주주의자들이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만으로는 완전 불충분하다. 지금 자라나는 분노를 노동자 투쟁에 바탕을 두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 투쟁이 노동자 투쟁과 연결되면 박근혜 정부와 우파 내에 균열이 생겨날 수 있고 이런 균열은 운동에 더 큰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