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칼럼:
TPP, 민중에게 한미FTA보다 더한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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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11월 29일 공식적으로 TPP
미국의 환영 성명이 곧바로 다음 날 나왔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연내 타결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한편, 연내 타결은 어려울 것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며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한다. 여기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린치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해외순방이 많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패션과 방문국의 언어로 연설하시는 데는 뛰어나셨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GM 회장에게 통상임금 포기를 선물하고 프랑스에서는 철도를 내놓으시더니 이제는 TPP에 가입하겠다는데도 오바마에게 냉정한 대접을 받으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TPP 참여가 늦었는지 빨랐는지가 문제일까? TPP 참여 자체가 문제다.
올해 4월, 현재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 대행인 웬디 커틀러가 한국에게 TPP 참가를 권유하면서 한국이 한미FTA를 맺은 상태에서도 TPP에 참여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 4가지를 밝힌 바 있다.
첫째, 한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를 더 높은 수준으로 현대화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이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 예를 들어 캐나다·멕시코·일본 등과 FTA를 맺는 효과가 있다.
셋째, 한미FTA에 포함되지 못한 분야, 즉 규제 수렴
마지막으로, 한국이 하고 있는 양자협정 네트워크가 아니라 통합적 지역협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것이 누구의 이익인지를 따져야 한다. FTA가 무엇인지 다시 복습해 보자. FTA는 세계무역기구
이 FTA는 부국들과 그 나라의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빈국의 천연자원을 약탈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며, 의약품 가격을 올리고, 영화나 소프트웨어 가격을 올리는 협정이다. 또, 관세로나마 최소한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전 세계 소농들의 생계를 망가뜨리고 미국과 유럽의 거대 농업기업들을 위한 협정이다.
이러한 FTA를 현대화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이라고? 정확히 말해, 한국의 재벌들, 거대자본들의 이익이다.
TPP는 이러한 FTA를 한꺼번에 12개국과 한미FTA 수준으로 맺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까지 포함된다. 일본의 거대기업들이 한국에서 제한 없이 이윤 추구를 해도 되는 것이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익일까?
이미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었고, 또 EU와도 FTA를 맺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이 무엇인가. 가격이 떨어진 것은 고급 자동차밖에 없다. 와인 가격이라도 내려갔나? 심지어 와인조차 별로 싸진 것이 없다.
한미FTA 이후 달라진 것은 한동안 잠잠했던 철도·가스·의료 민영화가 다시 코앞에 닥쳐왔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등이 얼마나 올랐는데 여기에 민영화를 해서 더 올리자고?
특히, TPP에는 국영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고 커틀러가 말했다. 한미FTA보다도 더 공기업 민영화를 촉진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6월에 유출된
위키리크스
예를 들어, 북미자유무역협정
여기에 올해 11월 13일 위키리크스가 유출한 95쪽의 TPP 지적재산권 챕터를 보면, 한미FTA보다 더한 특허가 적용 대상으로 포함돼 있다. 진단·치료·수술방법에 대한 특허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수술방법을 사용하려면 특허사용료까지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비 인상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원래 의약품에 사소한 변화를 주더라도 기존 약보다 뚜렷한 효능 향상이 없으면 특허를 내주지 않는 인도 특허법의 진보적 조항을 무력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인도는 TPP 참가국도 아닌데 말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가 TPP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인도 정부에 7년째 시비를 붙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인도 특허법인데, 문제가 된 백혈병 치료약 글리벡은 한국에서는 한 알에 2만 4천 원이지만 인도에서는 2달러, 즉 2천 원이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 특허법을 도입하려는 이유다.
투자 챕터와 지적재산권 챕터가 이 정도니 29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TPP가 어떤 내용일지는 분명하다. 심지어 WTO 각료회의가 발리에서 열리고 있는 지금, FTA와 지역FTA 즉, TPP에 대한 교황청의 비판 성명이 발표됐다. TPP는 한국 민중에게는 한미FTA를 한 번 더, 그리고 거기다 일본을 포함한 12개국과 맺는 것이다. 경제 위기의 부담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민중에게 전가하자는 12개국의 자본 동맹이다.
여기에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중국과 미국과의 국제정치적 충돌의 문제다. 커틀러가 말한 대로 TPP는 지역협정이다. 중국은 RCEP
따라서 한국이 TPP에 가입하는 것은 미·중 대립에서 미국 쪽으로 합류하는 것이고, 이는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충돌의 중심으로 알아서 걸어 들어가는 꼴이다. 자연히 미국이 강요하는 군비 지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복지재정은 줄어들며, 또 전쟁의 위험은 커질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은 한중FTA로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인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의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두 호랑이가 싸우는데 양쪽 호랑이 등에 한꺼번에 올라타는 것이 해법일까? TPP 가입과 한중FTA 체결을 동시에 하자는 것은 두 호랑이 위에서 곡예를 하자는 것이다. 모순의 해결이 아니라 증폭이다. 여기에 한국으로 중국 기업들의 자유로운 진출이 더해진다.
한미FTA도 폐기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한미FTA도 모자라 여기에 12개 국가와의 FTA인 TPP를 더하고, 게다가 한중FTA를 또 더하는 것은, 민중의 삶을 재앙으로 몰아가는 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