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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정의로운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이 글은 12월 9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행한 철도 파업 지지 호소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법인 분리(민영화)에 반대해 9일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강경대응” 엄포에도 용기있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벌써 탄압을 시작했다. “민영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막겠다”던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는 민영화를 막겠다는 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하고 4천3백56명을 직위해제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불법” 딱지를 붙이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금 철도공사와 정부는 법인 설립이 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가 아니라던 뻔뻔한 거짓말과 다를 바가 없다.

철도공사가 10일 이사회에서 결정하려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은 명백히 민영화 길 닦기다. 법인 분리 자체가 민영화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수서발 KTX 법인을 분리하면, 이 기업의 지분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손쉬워진다. 이미 “황금알 낳는” 이 흑자 노선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도 여럿이다. 또, 정부는 회사 정관에 ‘민간자본에게는 지분 매각 배제’ 규정을 담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설사 수서발 KTX 법인의 지분이 당분간 사기업에 넘어가지 않더라도, 정부의 계획이 민영화를 향하고 있다는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한편, 정부는 “방만 경영”, “부채 17조 원” 운운하며 법인 설립이 효율적 경영을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착한 적자”

그러나 철도공사의 부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온 것은 정부 자신이다. 정부는 고속철도 건설 부채 중 4조 5천억 원을, 인천공항철도 부채 1조 2천억 원을 철도공사에 떠넘겼고, PSO(공익서비스 부담)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비용을 철도공사에 떠넘긴 것이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인력 감축과 노동강도 강화를 밀어붙이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전가를 시도하고 있다. 철도 노동자들은 “철밥통”, “노동귀족”, “이기주의”이기는커녕, 임금 수준은 주요 공기업 27개 중 26위고, 복지 수준은 꼴찌다.

한편 법인을 새로 만들면 4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철도공사가 수서발 노선을 직접 운영할 경우에는 1천억 원이면 충분하다. 수서발 KTX를 분리하면 서울, 용산역 이용객들이 줄어들어 철도공사는 연간 4천억 원가량의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수서발 KTX가 흑자가 나도 적자 노선에 교차지원을 할 수 없게 돼 적자노선 폐쇄 등을 불러올 것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코레일의 적자는 싼 값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착한 적자”이자 복지 지출이다.

더구나 철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 등 노동조건 향상은 청년 실업을 줄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위한 조처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서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를 위한 싸움

전 세계적으로 민영화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를 동반했다. 이보다 앞서 강행된 KT 민영화는 요금인하는커녕 대량해고와 연이은 노동자 죽음을 불러왔다.

철도를 민영화한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이미 대형참사와 요금 폭등의 재앙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를 시작으로, 철도 민영화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 헤치려 한다. 이미 박근혜는 유럽 순방 중 철도 등 공공부문 시장 개방도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이 ‘시민의 발’을 볼모로 “국민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 것”이라지만, 정작 우리 모두의 목숨과 공공서비스를 볼모로 미친 질주를 시작하려는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다.

따라서 철도노조의 파업은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의 고통전가 시도에 맞서 노동자·서민 모두의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다. 파업 노동자들에게 직위해제 협박을 해대는 박근혜와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야말로 직위해제 감이다.

열차를 멈춰서라도 민영화 재앙을 막으려 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껏 지지를 보내자.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은 민영화의 출발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철도공사와의 “건전한 경쟁”을 위해서지,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서발 KTX 법인을 따로 만든다고 해서 경쟁 체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서발 KTX의 평택 이남의 노선은 현재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고속철도 노선과 80퍼센트가량 겹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서울지하철 1, 3, 4호선이 있다. 현재 1, 3, 4호선에서는 서울메트로와 철도공사가 많은 노선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출발역이나 도착역에 맞춰, 그리고 시간에 맞춰 오는 지하철을 타는 것이지, 서울메트로와 철도공사의 서비스 경쟁을 고려해 열차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경쟁 도입” 주장은 순전한 허구다. 수서발 KTX 운영을 철도공사에 맡겨도 되는데, 박근혜 정부가 굳이 별도 법인을 만들려고 하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회사 분할과 주식회사 설립은 민영화로 가는 길 닦기였다.

분할 민영화

대표적인 철도 민영화 실패 사례인 영국에서도, 민영화 전에 매각을 손쉽게 하려고 차량·화물·운영·선로 등 1백여 개 회사로 분할한 바 있다.

독일에서도 연방독일철도청을 지주회사와 사업 부문별 5개 자회사로 분할한 뒤, 민영화 시도가 이어졌다. 독일 정부는 우선 화물 부문 자회사 매각을 추진했고, 여객 운송, 선로 부문 매각도 논의됐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로 독일에서 민영화는 잠시 중단됐지만, 민영화 시도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독일 철도는 지주회사 체계로 된 뒤, “민간기업들이 준수하는 기업법·규제”를 따르고 있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즉, 요금 인상, 인력감축, 안전기준 약화 등 각종 시장화 조처를 확대할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밀어붙이면서, 철도공사 인력감축, 정선·진해선 같은 지방 적자노선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철도는 필수 공공재다. 공공서비스의 적자는 ‘착한 적자’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운영해야 마땅하다. 적자선 민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민영화의 출발인 수서발 KTX 법인 분리를 막아 내야 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부채에 책임 없다

박근혜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현오석도 “파티는 끝났다”며 12월 초에 강력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부채 급증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안정된 신분과 높은 보수, 복리 후생”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것은 철도 파업 비난의 명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파티를 한 적이 없고, 따라서 공공부문 부채 증가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2007년 말에 비해 이명박 정부 5년간 부채가 2백50조 원가량이나 급증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부자를 지원하려고 부동산 경기 부양, 대기업 요금 지원, 해외 자원 개발 등에 공공기관들을 대거 동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공사 부채는 KTX 건설사업에 들어간 정부 부채를 떠안고, 민자로 건설된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고, PSO(공익서비스 부담)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아 생긴 것이다.

반면,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과도한’ 임금·성과급과 복지후생을 받고 있다는 박근혜 정부의 거짓 선전과 달리 이명박 정부 동안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삶은 오히려 악화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이명박 정부 5년간 15퍼센트 늘었을 뿐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가 18퍼센트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삭감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늘어난 부채 2백50조 원은 공공기관 전체 노동자들의 15년치 임금보다도 많은 돈으로,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부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런 사실들을 빤히 아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나선 것은 다가올 경제 위기 심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공기업 노동자 공격을 지렛대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까지 공격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철도 등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민영화와 임금·노동조건을 지키려 싸우는 것은 재정 위기의 책임을 노동계급에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맞서는 데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대의명분이다.

커져가는 지지와 연대

정부는 비상수송대책 운운하며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어떻게든 파업의 효과를 낮추려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화물·운송·지하철·버스·택시 노동자들이 철도 파업 지원을 위해 대체수송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지하철노조도 열차 증편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체수송 거부는 철도 파업의 효과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도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을 엄호하기 위해 “경고·연대 파업”을 선언했다.

9백22개 단체가 참가하는 ‘철도 민영화 반대 원탁회의’도 철도 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법조계·언론계·종교계·보건의료계·청년학생 등 각계에서 철도 파업 지지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5백만 명이 가입해 있는 국제운수연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철도 민영화 중단을 촉구했다.

철도노조의 단단한 파업에 광범한 지지와 실질적 연대가 결합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질주를 막아 세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