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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본부 침탈, 수서 KTX 면허 발급 완료:
지금이 바로 민주노총의 총력 파업이 가능하고 필요한 때다

박근혜 정부가 민주노총 조합원 수만 명 결집을 코앞에 둔 어젯밤, 기습적으로 수서 KTX 면허 발급을 완료하고야 말았다.

전국적 철도망을 운영하고 수많은 사람의 안전이 걸려 있는 사업에, 그토록 광범한 대중이 반대하는데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기어이 수서발 KTX 회사 분리를 강행한 것이다. 법인 설립 등기 발급에서 철도 사업 면허 발급까지는 불과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다시 졸속 날치기를 자행한 것이다.

정부가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이런 도발을 감행한 것은, 노동자들의 기를 죽이고 저항 의지를 무너뜨려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강력한 노동자 부문을 박살내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

국토부장관 서승환은 밤 10시에 기자회견까지 열어 마치 파업이 이미 다 끝난 양 “정상화”를 약속했다. 민주노총 본부 재침탈 위협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야만적인 민주노총 본부 침탈 이후에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자신의 기반이 지닌 경제적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해 맞서지 않는 틈을 노려 이 같은 강공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22일 민주노총 본부 침탈은 철도 파업은 물론 박근혜 통치의 일대 분기점이었다. 한국노총조차 이반케 하는 미련한 무리수로, 신승철 위원장 말대로 “전 노동자와 민주노조에 대한 전쟁 선포”였다.

이제 철도 파업은 단지 철도 노동자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됐다. 당연히 민주노총은 “이제 우리의 차례”라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고,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불참과 28일 집회 참가를 결정했다.

심상치 않은 노동계급의 정서

박근혜의 무리수에 대한 반감과 항의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철도노조가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당하자, 전 조합원 모금을 결의한 노조들도 늘고 있다.

“정부를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걸고 촛불과 가두시위로 발전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기아차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특근 거부 지침을 내리기만 하면 다들 [28일] 집회에 참가할 기세”라고 하고, 공무원노조 서울본부도 “임금, 연금, 기본권 …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모여야 한다”며 조직하고 있다.

특히 건설 노동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국노동자대회 때보다 더 많은 조합원들이 집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혀, 간부들도 놀라고 있다.” 내년 1월 파업을 준비 중인 울산건설기계지부는 12월 26일 부분 파업에 이어, 28일 하루 파업을 하고 상경키로 했다. 이처럼 자신들의 고유한 요구를 걸고 다만 동시에 파업에 나서기만 해도 그 정치적 효과는 막대하다.

이 대결에 모든 화력을 쏟아 붓는 박근혜 정부를 상대하려면 우리 편도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는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본부 침탈에 맞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자신이 발휘할 수도 있는 잠재적인 경제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는 지금처럼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을 우습게 보고 파상공세를 계속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중집이 다시 결정한 1월 9일 파업은 너무 늦고 불충분하다. 이것은 철도 노동자들에게 파업 한 달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 면허 발급까지 완료돼 철도 노동자들이 원군을 기다리는 지금, 이것은 너무 느긋해 공감 능력마저 의심된다.

게다가 이조차 산하 연맹들이 모두 참가하는 실질적 총력 파업이 아니라, 이미 파업 계획이 있는 사업장만의 파업이다. 민주노총의 ‘오른팔’인 금속노조가 조합원들이 보기에 “잔업 거부 수준이라 실질적 파업이라고 보기 힘든” 2시간 파업을 결정한 것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철도노조가 속한 공공운수노조·연맹이 하루 파업조차 분명히 결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산별노조의 이름에 값하지 못한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 공공부문에 대한 공세에 맞서 지금 투쟁에 나선다면 시의적절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면허 발급이 완료되고 철도공사가 복귀 최후통첩을 내린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제 우리의 차례”라는 말을 실행에 옮기고, 전국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총력 파업 즉각 돌입을 선언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국민 파업”과 같은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수동적이다. 이미 강력한 진정한 사회적 연대를 든든한 배경으로 총력 파업이라는 자기 자신의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