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파가 크다. 

그동안 아베는 2006~07년 총리 재임 시절에 신사 참배를 하지 못한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고 말해 왔다. 아베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도 부정하는 등 우익적 본심도 숨기지 않아 왔다. 이런 점을 보면 그의 신사 참배 강행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이런 뻔뻔한 행보는 과거 군국주의 시절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로 고통받은 한국과 동아시아 민중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행보는 이들이 단지 시대착오적 망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다. 이 문제는 최근 동아시아에서 고조되는 제국주의적 긴장과 갈등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즉, 아베와 일본 우익들의 역사 왜곡과 신사 참배 문제는 제국주의적 경쟁 속에서 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의 현재 시도와 관련이 있다.

당선 때부터 아베는 “일본을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본을 경제적·군사적으로 “강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의 경제·정치 위기가 있다. 특히, 일본 지배자들은 2010년에 중국에 세계경제 2위의 자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아베는 “현재 국제적 세력 균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면서 “그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일본이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바로 지난 20여 년 동안의 일본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특히 해양 군사 대국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도 일본에 큰 위협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는 군사 대국으로 나아가는 데 족쇄가 돼 온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고자 해 왔다. 아베가 내세우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의미는 국제 무대에서 더 적극적인 군사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베는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에도 나서고 있는데, 이때 북핵·미사일 문제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분쟁 등이 좋은 명분이 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아베 정부가 발표한 신방위대강에는 공격용 부대인 해병대 창설 등이 포함됐다. 이것은 댜오위다오에서 벌어질 분쟁을 염두에 둔 조처다. 

또,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겠다면서 MD 시스템의 일부인 최종단계고고도지역방위(THAAD)시스템과 지상배치형 요격 미사일(SM3)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준(準)항공모함을 진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로켓 발사 실험도 했다. 항공모함, ICBM, 해병대는 이른바 ‘공격용 무기’로 분류돼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나므로 그동안 만들지 못해 왔던 것들이다. 

그뿐 아니라 아베 정부는 지난해 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인한 고조된 긴장 국면을 이용해,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창설법과 특별비밀보호법도 밀어붙이고, 무기 수출 규제 원칙도 사실상 무력화했다. 아베는 지난해 11년 만에 방위비를 증액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위선

이처럼, 야스쿠니 참배는 지난 1년 동안 아베가 추진해 온 군사대국화 프로젝트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다. 오늘의 ‘전쟁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의 전쟁을 미화해야 하는 것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아베의 역사 부정과 야스쿠니 참배는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더한층 높이고 있다. 중국은 연일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난하고 있다. 중국의 주영 대사가 아베의 행태를 “악마”에 비유하면서 중일 간 언쟁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는 미국 지배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질까 봐 걱정한다. 지난해 11월 전직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커트 캠벨이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떠올랐다”고 말했을 만큼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에 골치아픈 문제다.

그러나 미국은 대중국 포위 전략을 위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부추기는 핵심 세력이다. 미국은 지난해 미일안전보장협의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그런 점에서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미국의 태도는 어정쩡하고 위선적이다.

이번에 아베도 바로 이런 점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는 동시에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관철시켰다(오키나와현 지사가 ‘오키나와현 내 이전 반대’ 입장을 철회하도록 만든 것). 미국에 이런 선물(또는 뇌물)을 안겨 줌으로써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난을 자제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위선적이기는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아베와 일본 우익들이 과거사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는 동안에도 미국, 일본과 합동군사훈련을 벌여 왔다. 지난달에도 한미일은 아덴 만 해역에서 대해적작전 수행을 위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일본이 너무 ‘오버’를 하는 바람에, 또한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서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고 역사 부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세력은 미국과 한국의 지배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평화헌법 유지를 바라며 군사력 증강을 비판해 온 일본 평화운동과 한국 노동자 운동의 연대에서 저항의 잠재력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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