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2017년까지 공무원 4천여 명과 중앙 공공기관 직원 9천 명, 국공립학교 교사 3천5백 명 등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일자리 1만 6천5백 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당장 올해부터 신규채용 인원의 3퍼센트 이상을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의무채용하도록 강제 할당하고 있다. 올해 지방직 3백4명, 국가직 2백80명을 채용하겠다고 하고, 연도별 채용 비율을 2017년까지 9퍼센트로 높여 지방직 2천4백28명, 국가직 1천6백80명 등 총 4천1백8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명의 전일제 일자리를 0.5명 채용된 것으로 계산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므로 고용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반듯한’ 전일제 일자리 2천54개를 저임금의 불량 일자리 4천1백8개로 바꾸는 협잡일 뿐이다.

정부는 시간제 공무원의 겸직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는 말과는 달리 ‘투잡, 쓰리잡’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저임금 일자리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런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일제로의 전환 청구권을 보장하는 등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을 보장하거나 고용의 질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시간제 노동자가 전일제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봐야 한다.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네덜란드에서도 실제 전환은 쉽지 않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도입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우에는 전일제 전환이 아예 막혀 있다. 멀쩡한 전일제 일자리를 악화시키는 것을 전면 거부하지 않고, 개선을 요구하며 사실상 용인하자는 주장은 당면 투쟁에 효과적이지 않다.

노동자들은 노동 유연화를 반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존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시행한 유연근무제가 있다. 유연근무제는 공무원 본인의 신청으로 일정 기간 시간제로 근무하다 나중에 다시 전일제 근무로 돌아오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유연근무제 활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무로 전환하면서 소득이 대폭 감소되는 생활수준 문제, 늦게까지 일하는 부서에서 눈칫밥이나 먹는 신세가 되는 문제, 대체인력인 시간제 직원에게 중요 업무를 맡길 수 없어 다른 동료들의 업무가 증가하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특히, 사회 복지가 열악한 이 나라에서 소득 감소는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공무원의 자발성조차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사례로 드는 네덜란드나 독일, 영국은 한국보다 복지 제도가 훨씬 잘 구축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 나라에서조차 주로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로 떠밀리는 것은 불충분한 보육시설 때문이다. 보육 시설이 가장 잘 갖춰진 스웨덴에서는 기혼 여성들도 전일제 일자리를 선호해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사회 복지에 대한 대대적 투자도 없이 ‘일과 가정의 양립’ 운운하는 것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이중의 짐을 지라는 말과 같다.

지난해에 사회복지 공무원 4명이 자살하고 1명이 과로로 죽은 것에서 보듯이 시급한 것은 OECD 국가 평균에 견줘 형편없이 적은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에 더해 노동조건 악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대폭 인상, 생활임금 보장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시간제 공무원 제도를 단호히 반대하면서, 공공부문의 시간제 도입 저지 투쟁과 시간제 교사 제도 폐지 투쟁, 보건의료 부문의 시간제 저지 투쟁 등에 함께해야 한다. 함께 힘을 모아 노동자를 적으로 대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