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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당한 통상임금, 투쟁으로 되찾자

정부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에게 떼먹은 통상임금을 줄이려고 혈안이다.

경총은 최근에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므로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의 법원 판결들을 무력화시키며 기업주들을 확실하게 편들었고, 올 초에는 더한층 기업주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없는 사업장들에선 이미 통상임금 축소를 위한 불법적 취업규칙 변경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가 있는 곳들에서도 기업주들의 대응이 시작됐다.

지난달 현대차 사측이 ‘정기상여금 포함 불가’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지엠 사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유로 회계장부에 포함시켰던 통상임금 충당금을 거둬들였다.

사실 올해 경총이 발표한 임금조정 권고를 보면, 이들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임금 인상폭을 줄이는 데 얼마나 혈안이 돼 있는지 알 수 있다.

■ “원칙”적으로 임금 인상률을 2.3퍼센트 내로 한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임금 상승률이 2.3퍼센트를 초과할 경우 임금을 동결한다.

■ 임금 구성 항목을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에 맞게 정비한다.

■ 60세 정년연장시 “반드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 직무성과주의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나, 여의치 않을 경우 호봉승급제부터 폐지해 나가도록 한다.

이 같은 경총 지침은 빼앗긴 임금을 정상화하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참히 짓밟겠다는 뜻이다. 더구나 “원칙”으로 제시된 2.3퍼센트는 지난해 평균 임금 인상률 4퍼센트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조한 것도 불길한 대목이다.

2.3퍼센트

이처럼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번 국회 노사정 소위에서도 통상임금 문제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해관계의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 가능성이 제로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와 재계는 전원합의체 판결,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을 통해 통상임금 삭감의 근거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보기 때문에, 임단협 전에 법 개악까지 밀어붙여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자극하는 것은 피하려 한 듯하다.

단위 작업장별 임단협을 통해 가능한 곳들에서부터 통상임금 대상 항목을 축소해 나가려는 듯하다.

정부와 보수 언론 일각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임금 인상폭을 낮추거나, 노동강도를 높여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는 등의 방안이 제시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법·제도 개악 가능성을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경총은 “노조의 요구와 투쟁이 계속된다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법 개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노사정소위에서 통상임금 제외 대상을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정부가 법 개정 없이도 얼마든지 시행령 개정이라는 꼼수를 쓸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따라서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하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대법원조차 우리 쪽의 법적·도덕적·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기대와 바람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등도 올해 임단투와 법 개정 요구 등을 통해 통상임금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 위기 상황에선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 요구가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다. 변변한 복지제도도 없는 이 나라에서 임금은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실노동시간도 줄일 수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법·제도 개선의 문제이고 상당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정치적 쟁점이다.

동시에 이 문제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요구를 담고 있고 많은 노조들의 임단협 핵심 쟁점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쟁점이기도 하다.

시기 집중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은 자기 작업장의 임단협 투쟁에 힘을 쏟으면서도, 동시에 단위 사업장을 뛰어넘어 단결해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서는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금속노조의 호소처럼 각 노조가 임단투 시기를 집중해 같이 싸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노조의 좌파 활동가들은 이를 위한 단결을 추구하며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또 활동가들은 통상임금 문제를 임단협 때 가서 싸울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사실 정부가 이미 통상임금 지도지침,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등을 내놓고 임금 축소를 위한 공격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등 주요 노조들이 그에 맞서 효과적으로 투쟁을 건설해 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에도 사측의 위험스런 발언이 이어지고 정부가 시행령 개악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니만큼, 지금부터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한편, 통상임금 정상화 요구를 적극 지지하고 방어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선적이게도 최근 한국경제연구원과 전경련 등이 ‘통상임금 확대가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확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노동자들의 정당성을 깎아 내렸다.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 요구를 짓밟고 외면해 온 자들이 노동자들을 이간질할 요량으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임금 정상화 요구는 비단 대기업 정규직만의 요구가 아니다. 지난해 12월까지 2백 개가 넘는 노조들이 통상임금 확대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중에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

금속노조 등이 중소 작업장의 미조직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통상임금 상담에도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 노동자들이 제 임금을 찾겠다는 것도 정당한 요구다. 이들이 강력히 투쟁에 나서 성과를 거둔다면,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다.

일부 진보적 단체가 통상임금 정상화 투쟁을 적극 지지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까닭이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기업주들은 호락호락 임금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사태가 저들의 뜻대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력히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양보를 강제해 낼 수 있다.

빼앗긴 임금을 되찾고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악 시도에 맞서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