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인덕대 청소·경비 노동자 파업:
한 달 파업 끝에 학교를 물러서게 하다

3월 19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인덕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4월 21일 학교에게 끝내 양보안을 얻어냈다. 올해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의 집단교섭 작업장 중에 가장 오래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인덕대학교는 시급 6천2백 원(지난해 5천7백 원), 식대 9만 원, 상여금 18만 원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약 10퍼센트가량 인상됐다. 파업 기간 손실된 임금의 절반도 보전받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학교에게 꽤 많은 양보를 얻어 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또한 “생애 첫 파업”과 “올해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며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도 성장했다. 노조를 설립할 때 “노조는 빨갱이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가입을 반대했던 경비 노동자들도 이번 파업에 적극 결합했다. 한 청소 노동자는 “이번 파업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결속력이 정말 좋아졌다” 하고 말했다.

“인덕대가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3월 30일 공공운수노조연맹이 주최한 인덕대 투쟁 승리 집중 집회. ⓒ강병준

인덕대 당국은 “등록금을 동결해서 임금을 올릴 수 없다”며 한 달 넘게 버티면서 쉽사리 양보하지 않으려 했다. 수년째 등록금 동결·인하 압박을 받는 대학 당국들은 직원들 임금을 동결하거나 용역비 등 각종 경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는데, 특히 인덕대처럼 다른 대학에 견줘 적립금이 적은 대학은 그 정도가 심했다.

그래서 인덕대는 마지막 순간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돈] 맡겨 놨어요?”, “[당신들은] 인덕대 청소 노동자 할 자격이 없다”며 온갖 막말을 일삼았다. 또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현수막에 이름을 넣은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이게 뭔 줄 알고 한 거냐”, “고발 조치 할 수도 있다” 하고 협박했다. 이런 학교의 태도에 한 청소 노동자는 분에 못 이겨 졸도하기도 했다.

“생애 첫 파업”

학내 구성원들의 연대가 부족했던 것도 인덕대 청소 투쟁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었다. 파업 내내 학교는 다른 학내 구성원과 청소·경비 노동자를 이간질했다.

경희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로 짧은 시간에 승리를 거머쥔 것과 달리, 인덕대 교직원들은 이번 청소·경비 노동자 파업의 대체인력 구실을 했다. 아쉽게도 그중 많은 교직원들이 민주노총 대학노조 인덕대지부 소속이었다.

또, 인덕대 학회장연합회(학생 대표자 연합)는 “중립을 지키겠다”며 “이것[청소·경비 노동자 임금 인상] 때문에 등록금이 오르면 책임질 거냐” 하고 노동자와 학생을 이간질해 학교의 방패막이 구실을 했다.

그럼에도 인덕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한 달 넘게 굳건히 파업을 이어갔고, 열흘 넘게 차가운 건물 대리석 바닥과 총장실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결코 투지를 잃지 않았다. 청소 노동자 한 분이 졸도한 날 노동자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를 악물며 “이왕 하는 거 더 열심히 투쟁해서 매스컴 탑시다!” 하고 외쳤다.

인덕대 학생들에게 청소 투쟁 지지를 호소하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강병준

또 배은망덕한 학회장연합회와 달리, 많은 인덕대 학생들이 청소 투쟁을 지지했다. 학생들은 농성장에 지지 글을 써 붙이고, 지지 배너를 걸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전화해 지지 배너에서 이름을 빼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학생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도 인덕대 학생들에게 청소 투쟁 지지 메시지를 받았는데, 많은 학생들이 “힘내세요! 꼭 이기세요!”, “[학교는] 약속 지키세요! 제발!” 등 메시지를 남겼다.

서경지부의 다른 대학 노동자들도 매주 빠짐없이 인덕대에 연대하러 왔다. 또,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인덕대에서 두 차례 집중 집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인천공항 노동자들과 서울시 수도 검침원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안녕들 하십니까’와 다른 대학의 학생들, 통합진보당, 노동당 서울시당,노원청년회, 청년좌파 등 많은 시민사회단체들도 인덕대 청소 투쟁에 연대를 보냈다.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과 연대로 승리한 인덕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생애 첫 파업”은 당사자들과 많은 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줬다.

현재 서경지부 집단교섭 작업장 중 서강대, 고려대병원, 연세재단빌딩은 아직도 타결되지 않고 투쟁이 남아 있다. 또 고려대의 경우 임금은 타결됐지만 학교 당국이 노조 전임자를 축소하고, 노조 활동 시간에 임금을 주지 않겠다며 또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서울여대는 CCTV를 설치하면서 경비 노동자 1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끝나지 않은 청소 노동자 투쟁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