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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감옥에서 온 편지:
“수감 중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3월 27일 목요일, 입소한 이후 벌써 열하루나 훌쩍 지나갔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드디어 바깥에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가슴이 뜁니다.

저는 현재 성동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는데 입소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해 국가인귄위에 면전진정을 신청해 놓은 상황입니다. 저는 3월 17일에 입소 절차를 밟으면서 양심수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지문 날인은 서명으로 대체하고, 지문 채취는 신분증 제시로 대체하고, 불법 소지품 확인을 위한 항문 검사를 거부했는데, 소측은 이 중 항문 검사를 위해 강제력을 행사했습니다.

강제력 행사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담당 계장은 CRPT(기동순찰) 2인을 동원해 강제로 저를 검사실로 끌고 갔고, 교도관 1인을 추가로 동원해 상의와 하의, 팬티를 강제로 벗긴 뒤 팔을 꺾고 두 발을 밟아 자세를 주저앉힌 채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검사실은 개방된 상태였고 저는 검사 동안 중요 부위가 노출돼 있었습니다.

법률(‘형의 집행과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조차 “수용자의 신체를 검사하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고통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거나 "강제력의 행사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2011년 국가인권위 결정례에 따르면 설사 신체검사의 필요성이 있을 때조차 방법에 문제가 있으면 이는 인권 침해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법률조차 위배한 이런 인권 침해를 그냥 좌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인권위 진정에 그치지 않고 법률 검토 후 국가 배상을 청구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강제력

강렬한 충돌을 벌인 이후 소측도 꽤 긴장하는 눈치입니다. 물리적으로는 검사를 피하지 못했지만, 위협 속에서도 의지를 꺾지 않자 소측이 무리수까지 둬야 했던 것입니다. 소측은 일반 재소자와 분리하기 위함인지 하루 만에 저를 독거방으로 이동시켰고, 여러 간부가 찾아와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하나같이 마르크스, 그람시, 신영복, 단병호, 이진경 등등 머릿속 진보 사상가, 운동가는 죄다 꺼내 운운하며 사회과학도 행세를 해대더이다. 낯은 생글거려도 뱃속에는 회유와 탐색, 은근한 협박의 흑심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니 순진하게 긴장을 풀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검방 과정에서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발생했습니다. 방을 검사하던 CRPT는 금지 물품 검사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일기장과 집필 노트 등을 들춰 읽었습니다. "자살 방지"를 위한 심리 조사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변명일 뿐입니다. 자살이 우려될 정도로 심리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뭐냐고 물어도 교도관들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최후 진술에서도 밝혔듯이 국가 권력이 아무리 제 신념을 억압하고 제 인신을 구속해도 제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소 내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질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조만간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성동구치소에서 조익진(양심적 병역 거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