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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박노자·한홍구·홍세화·하종강 등 7명 공저, 〈한겨레 신문사〉


이 책은 진보진영의 저명인사 7인이 올해 3월에 강연한 것을 모은 것이다.
박노자 씨는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한다. 그의 오리엔탈리즘 비판은 자본주의가 그 이전의 체제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은 접대문화, 정경유착과 같은 부패, 기합, 군대문화 같은 요소들이 모두 아시아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박노자 씨는 접대문화는 동양의 오랜 전통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 형성 초기였던 일제 시대 때 굳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일본에서 천황숭배가 지금처럼 신격화된 것도 근대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에도 시대에 농민은 천황이 누군지도 몰랐다. 천황의 신성화는 근대 민족국가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하나의 민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야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는 여성의 지위로 봤을 때도 서양과 동양이 근본에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사는 노르웨이는 주요 선진국이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가사노동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한다.
홍세화 씨는 자신을 공화주의자이면서 사회민주주의자라고 밝힌다. 그는 한국이 헌법에서 버젓이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면서도 공화국의 근본 이념인 ‘공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폭로한다. ‘토지공개념을 제대로 세우자’라든가 ‘공교육이 필요하다’ 같은 주장을 하면 빨갱이로 모는 한국이 무슨 공화국이냐는 것이다.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 친일파 청산, 독재 유산 청산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개탄한다. 이런 점들에 대한 홍세화 씨의 비판은 속시원하다.

행동하라

그러나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홍세화 씨는 공화국의 근본 이념을 부정하는 수구파와 공화국의 근본 이념을 부정하지 않는(그러나 자본주의는 적극 옹호하는) ‘건전한 보수’를 구분한다. 그리고는 ‘건전한 보수’인 노무현 정부에 너무 후한 점수를 준다. 그는 ‘수구에 맞서는 반수구연합’이 필요하고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을 극복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취임 전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여러 활동가들을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집어넣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강행했다. 이쯤 되면 당연히 노무현은 민주노동당의 적이 아닐까?
한홍구 씨는 반민특위의 좌절, 남로당 프락치 사건 등 친일세력이 민족세력을 탄압한 역사, 한미동맹이라는 허울 때문에 한국이 미국이 개입한 주요 전쟁마다 참전한 부끄러운 역사, 특히 베트남전에 참전해 무고한 민간인 학살에 참여한 역사 등을 되짚으며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인 하종강 씨는 한국의 노동현실에 대해 자세히 폭로한다. 국제연합 주요 36개 나라 중에 장시간노동 1위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공무원들은 아직도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없다. 한국은 파업하면 회사 손실을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빼간다. 철도, 발전, 병원 노동자들은 아예 파업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다.
국제분쟁지역 전문 취재기자로 1980년 말부터 미얀마, 카슈미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동티모르, 아체, 코소보 등 40여 개 지역의 전쟁을 취재해 온 정문태 씨는 전시의 언론통제가 얼마나 심한지 생생하게 폭로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다우드 쿠탑 씨의 강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폭력적이고 냉혹한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에 대한 확실한 반박이다. 그는 알쿠드스 교육방송국장이며 언론자유영웅상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며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오지혜 씨는 연예인도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7인 7색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문제가 있다면 행동하라’는 것이다.
최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