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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호석이의 꿈을 이루자. 민주노조 사수하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19일부터 전면 파업을 하고,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삼성 본관 앞에 분향소를 차렸고, 왼쪽 가슴에 ‘호석아 너의 꿈 이룰게. 투쟁’ 이라고 쓴 검은 리본을 달았다.

5월 19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열린 ‘무기한 총파업투쟁 선포 및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가슴에 열사의 뜻을 이루겠다는 검정리본을 달고 있다. 혹여나 글씨가 보이지 않을까봐 몇번이나 고쳐달고 있는 그들이다. ⓒ이미진

삼성전자서비스 고(故)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승리할 때 [시신을] 화장해 이곳[정동진]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경찰은 ‘[고인의] 부친에게 위임장을 받았다’며 시신을 탈취했다.

고인의 유언을 지키고자 결사적으로 항의한 삼성전자서비스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은 ‘장례 방해’와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됐다. 장례식장에 있던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장례식장에 경찰들이 왜 밀어닥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경찰들이 우리를 밀어내고, 발로 차고, 끄집어 내는데 이유라도 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느 국가에서] 직장 동료의 장례를 치르러 온 동료를 발로 짓밟아 연행한단 말입니까? 그날 연행된 동지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밀어닥치는 방패를 막았을 뿐입니다.”(통영센터 조합원)

경찰은 고인의 시신을 탈취해 부산으로 옮겼고, 결국 5월 20일 밀양에서 화장했다. 그 과정도 ‘007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 고인과 동고동락했던 부산·양산 지역의 노동자들은 한숨도 못 자고 시신을 찾으러 다녔다. 그러나 병원과 화장터 여러 곳이 예약돼 있어 진짜 고인이 있는 곳을 알기 어려웠고, 겨우 찾아낸 빈소마저도 고인이 없는 가짜 빈소였다.

“장례식이라도 제대로 해 주고자, 유골이라도 찾고자, 밤새도록 찾아 헤맸습니다. 삼성의 경찰들이 염호석 동지 시신을 탈취하고, 그 시신을 온갖 병원으로 이동하고, 흔적을 지우고, 장소를 바꿨습니다. 심지어 가짜 빈소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조문하는 것조차 막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예약돼 있던 시간도 당겨서 아무도 모르게 화장했습니다. 삼성이 반인륜을 저지른 것입니다.”(해운대센터 조합원)

가짜 빈소

겨우 화장장을 찾아간 고인의 친모와 노동자들이 “유해라도 돌려달라” 하고 애원했지만, 경찰이 또다시 최루액을 난사하며 노동자들을 막아 섰다. 결국 노동자들은 유골을 찾지 못하고, 서울 농성장으로 왔다. 노동자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삼성! 경찰! 이 개새끼들아, 너희가 훔쳐간 게 도대체 뭔 줄 아나? 내 동생 시신이다. 시신이라고 부르기도 가슴 찢어지는 내 동생 호석이다. 너희들 때문에 동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내 동생 유골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광안센터 조합원)

“이건희 목숨 따로 있고, 노동자 목숨 따로 있습니까? 이건희 좀 나아진 것 온갖 언론들이 떠드는데, 노동자는 유언조차 못 지킵니까? 우리는 염호석 열사의 유골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릅니다.”(해운대 조합원)

그러나 노동자들은 분노와 슬픔 속에서도 “열사의 꿈, 우리의 꿈, 반드시 이뤄내자! 삼성이 죽인 동지, 민주노조로 살려내자!” 하며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하늘을 이불 삼아 자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매일 홍보전과 집회를 하고, 세월호 참사 규탄 집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열사가 우리에게 간절히 유언을 남겼습니다. 쓰다가 찢고, 쓰다가 찢고,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있었습니다. 이제 그 마음을 압니다. 열사의 염원대로 끝까지 투쟁합시다. 승리하는 그 날, 떳떳이 이기고, 그때 호석이를 조문합시다. 호석아 반드시 승리할게.”(양산센터 조합원)

“호석이는 지회가 승리하라고 목숨을 바쳤습니다. 우리도 목숨을 바치겠다는 정신으로 싸웁시다. 호석이, 종범이 유지 받들어 삼성의 정수리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읍시다. 그때까지 투쟁합시다.”(천안분회 조합원)

정부와 삼성은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시신을 탈취하고 장례를 서둘렀다. 삼성은 이재용에게 경영권 세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분노가 저항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까지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과 정부의 탄압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지금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은 분노 속에서 온 힘을 다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승리하려면 연대가 필요하다.

동지를 잃고, 시신까지 빼앗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며 열사의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이미진

금속노조는 열사대책위를 구성하고, 24일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연다. 금속노조 조합원 모금도 시작됐다. 민주노총도 24일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것은 현장에서 기층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실질적인 연대로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는 농성지원 상황실을 차리고 각계각층으로 연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염호석 열사의 죽음과 시신 탈취는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들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다시금 보여 줬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 ⓒ성지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기금 후원 계좌

754-20-083257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최경환(삼성전자서비스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