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소동은 민주주의와 전혀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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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조약은 올해부터 유럽연합이 집행위원장을 임명할 때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유럽연합의 민주주의를 진척시키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그런 주장을 반박한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고, 8월 7~10일 서울에서 열리는 맑시즘2014 강연을 위해 방한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 장-클로드 융커가 되든 말든 대관절 무슨 상관인가? 이 거만하고 별 능력도 없는 인물은 18년 동안 룩셈부르크 총리였다. 조세도피처로 유명한 룩셈부르크의 수장이었다는 것은 그가 유럽연합 내 강대국들의 말을 얼마나 고분고분 따를지 보여 준다.
그래서 그는 2005~13년에 유로그룹
지난해 룩셈부르크 유권자들이 그를 총리 자리에서 쫓아내자, 융커는 더 화려한 경력을 추구했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는
유럽연합의 실권자인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캐머런을 돕고 싶어 한다. 그러나 메르켈은 국내에서 격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 융커를 앉히고 싶어 하는 것이다. 독일의 유력지
도약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신노동당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를 포함한 일단의 중도좌파 지식인들은 융커 옹호 진영에 가세했다. 6월 초
이것은 여러 모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유명 짜한 지식인들께서는 “유럽 시민” 대부분이 융커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애써 눈감는다. 그리고 유럽의회 선거에서 많은 “유럽 시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연합에 적대적인 정당들에 표를 던졌다.
리스본 조약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조약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큰 표 차이로 부결됐던 유럽헌법을 다시 포장해서 내놓은 것이다. 리스본 조약을 놓고 딱 한 곳에서만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아일랜드였다.
융커와 유럽연합의 엘리트들은 한 번 더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두 번째 국민투표 때에는 유로존 경제 위기를 이용해 아일랜드 유권자들에게 찬성표를 찍으라고 협박했다. 이런 식으로 깡패 짓을 일삼았기 때문에 오늘날 유럽 전역에 걸쳐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어떤 점에서 융커를 둘러싼 이번 소동은 별로 실질적이지도 않다. 유럽의회는 별다른 권한이 없고, 유로존 위기를 거치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호세 마누엘 바로소는 메르켈과 다른 유럽 강대국 지도자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지도자 알렉시스 치프라스까지 나서서 융커를 옹호하는 데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몇 주 전에 융커는 치프라스는 그리스 총리감이 아니라고 말했다. 치프라스는 유럽 좌파 정당
그런데 왜 치프라스는 오른쪽 뺨에 이어 왼쪽 뺨까지 융커에게 내밀고 있는 것일까? 융커는 광적으로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했다. 게다가 한 정상회담에서는 그리스 아테네 사람들이 유럽연합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이렇게 될 것이라면서 칼질 시늉도 했다.
2011~12년 위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시리자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를 거부했다. 그 대신 유럽연합을 개혁해 긴축을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치프라스는 유럽연합이라는 정글에 우글대는 맹수들에게 자신은 게임의 룰을 따를 것이라고 안심시키려는 듯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파시스트와 극우 정당이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독점하도록 해 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8월 7일부터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맑시즘2014에서 ‘오늘날 국제 계급투쟁’, ‘《자본》 해독’, ‘오늘날 제국주의를 이해하기’를 연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