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경험해 본 맑시즘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진보적인 이념과 체계를 교육하고 공유하는 것을 뛰어넘어 노동, 인권, 여성, 성소수자, 외국인까지 폭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적잖이 놀라웠습니다. 우리 같은 민중들이 보편적으로 관심가질 수밖에 없는 흥미로운 주제가 정말 많아서 4일 내내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중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강연은 셋째 날 김하영 동지의 “신자유주의와 한국 노동계급”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나 자신이 노동자이다 보니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더군요.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노동자는 “친기득권, 반서민”으로 대표되는 현실 정치에 의해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이런 거대한 물결에 맞서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과 자기 권리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이 강연은 명쾌한 답을 줬습니다.

연사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갇혀 “노동자들이 스스로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제조업 노동자들의 수가 줄어 마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노동 투쟁의 위력이 감소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그만큼 개인당 노동생산성과 숙련도는 크게 늘었으며 따라서 실제 투쟁에서 발휘할 수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잠재력

신자유주의에서 노동자 스스로 위축되는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비정규직, 외주, 하청업체 등에서 비롯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박탈감, 혹은 괴리감입니다. 이 또한 자본가들과의 싸움에서 투쟁의 강도를 약화시키고 연대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지 않은 요소입니다. 그러나 연사는 각종 통계와 자료를 예로 들어 외주나 하청 노동자들의 비율을 대폭 늘리고 한편으로 분산시키는 "수치의 오류와 헛점"을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비정규직이 실제로 많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기업의 비정규직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기업들의 가장 흔한 협박수단인 "비정규직은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굳이 국내가 아니어도 해외의 싼 노동력을 이용하면 된다"라는 말에 절대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언급한 것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는 잘 조직만 된다면 그 자체로서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고 해외 진출 또한 막상 알고 보면 기업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지점"과 "부문"의 문제일 뿐이지, 노동자를 약화시키는 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최근 삼성서비스노조의 승리나, 케이블 노동자들의 열띤 투쟁 등 얼마 전만 해도 약하디 약한 비정규직, 하청, 외주라고 일컬어지던 분야의 노동자들이 가장 뜨거운 투쟁의 중심으로 우뚝 선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현실적인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노동계급 양극화가 극심한 건 분명한 사실이므로 노동자들 스스로 강력한 단결과 다른 분야에 대한 연대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종 통계에서 나타나듯, 노조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잘 조직된 노동조합의 힘을 기반으로 자본가들에 더욱 효율적이고 질기게 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분열, 위축, 불신을 강요받습니다. 이제는 신뢰와 정의, 연대라는 무기로 노동자들 스스로 당당히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막연하게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많은 요소들이 강연을 통해 깨끗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훌륭한 강연 감사드립니다. 내년 맑시즘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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