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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겐 미안하지만,:
세월호 정국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박근혜가 본심을 드러내며 세월호 특별법을 걷어찼다. 박근혜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실질적으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을 향한 최후통첩이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가 경제 침체의 원흉인 양 내세워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규제 완화와 연금 삭감 등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추진하려 한다.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는 대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다수 대중의 안전을 기꺼이 내주려 한다.

서비스 산업과 노동 부문이 주요 공격 대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경직적인 노동규제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의 칼끝은 노동계급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이미 그는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라 “복지 없는 증세”를 밀어붙이며 노동계급 주머니 털기를 시도하고 있다.

재벌들의 영업 실적이 감소하는 등 위기 재심화의 기미가 보이는 경제 상황은 박근혜를 조급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는 “우리 경제는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으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회의장 정의화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반쪽 국회라도 열겠다고 나섰다.

‘거짓 민생’

그러나 상황이 박근혜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야합이 큰 비난에 직면해 두 차례나 실패한 것에서 보듯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운동에 대한 지지는 굳건하게 유지돼 왔다.

이 때문에 박근혜는 만족스러운 수준과 속도로 개악을 밀어 붙이기가 어려웠다. “유가족들의 국회 현안 의견 개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새누리당 대변인 박대출의 신경질적 반응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운동이 개악을 막는 주요한 구실을 했음을 반영한다. 사실, 우파 언론이 유가족 폭행 시비를 침소봉대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관련 기사 : ‘침소봉대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 흠집내기 중단하라’)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민생의 핵심은 안전과 생명”이라며 “거짓 민생 법안”을 비판하며 분리 처리에 반대해 온 것은 매우 옳았다. 특별법 제정 운동은 안전과 생명을 위한 여러 요구들을 공론화하는 구심 구실을 해오고 있다. 새 유족 대표들은 앞으로도 박근혜 정부의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타협 없이 싸워야 한다.

진정한 동력

9월 27일 대규모 집회도 준비 중이다. 이 집회에서 박근혜의 후안무치와 우파 언론들의 야비한 공세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지지가 변함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투쟁의 동력을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 조직된 노동자 운동이 나서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물론이고, 의료 민영화 등 이 법안이 막고 있는 온갖 개악 조처들은 노동계급의 삶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이 운동에 지지를 보내고 참가해 왔다.

그러나 더 효과적으로 운동을 건설하려면 계급으로서 노동자들이 지닌 고유한 힘 - 즉, 이윤을 공격할 능력 - 을 발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 이익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파업이라는 수단이 실제로 사용된다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다는 억지

박근혜는 “그동안 대부분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체 무엇이 밝혀졌는가? 청와대는 국정조사에서 자료 제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7시간 미스터리’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국정원 실소유주 의혹도 마찬가지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던 박근혜는 대체 어떤 책임을 졌나? 가족대책위가 “유가족,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린 대통령님은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고 지적하는 것이 당연하다.

법학자 2백29명의 선언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법률 검토를 통해 유가족들이 제시한 특별법이 헌법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한데도 박근혜는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특별법을 공격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 같은 민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일반 변호사가 임명되는 특검도 문제다.

대통령 불개입을 선언하며 “삼권분립”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정작 본인이 국회 협상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은 책임 규명의 화살이 자신을 겨눌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과 청와대를 막 조사하겠다는 건가?”라는 새누리당 주호영의 말이야말로 그들의 진짜 속내다.

새로 나온 책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생각의길, 208쪽, 12,000원

권영국 변호사는 “지엽말단적인 수사나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 세월호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를 견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출판 동기를 밝혔다.

이 책은 청해진해운의 문제에서 시작해 정부의 책임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박근혜 정부의 책임과 독립된 진상조사기구의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풍부한 자료들은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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