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공무원연금의 평균급여율을 낮춰서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대신, 중상위층 공무원의 연금을 많이 삭감하고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을 더 보장하는(또는 덜 삭감하는) ‘하후상박’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가입자 내의 소득재분배가 안 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얄궂게도, 새누리당 이한구도 ‘하후상박’식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지원 총액은 삭감하면서 공무원 노동자 내부를 이간질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물론, 공무원 노동자들과 달리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후에도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낙하산으로 취직해 고액의 연봉을 받는 등 다른 수입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연금을 깎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들 내에서 상대적으로 더 받는 노동자가 자기 연금을 깎아 상대적으로 더 적게 받는 신규 공무원 등의 연금을 메워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우선, 2010년 이후 신규 공무원들이 더 열악한 연금을 받게 된 것은 재직 노동자들 탓이 아니라 바로 정부의 연금 개악 때문이다. 지금 연금학회 개악안도 2016년 이후 임용자들은 아예 국민연금 수준으로만 받게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래의 공무원이 될 청년들을 희생양 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규 공무원들, 하위직 공무원들의 처지를 공격해 온 자들이 이제 와서 이들을 위한다며 연금 양보를 외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이런 식의 개편은 연금 총액을 삭감하면서 노동자 내의 재분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공무원 노동자 전체에게 손해다. 공무원 노동자들 중 더 열악한 부분의 조건을 후퇴시켜 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공무원연금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진정 하위직·신규 공무원의 낮은 연금을 걱정한다면 신규 공무원에 대한 연금 개악부터 철회하고 하위직 공무원의 임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공무원 노동자 내의 재분배는 진정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할 부자와 기업주들의 책임을 면제시켜 주는 효과를 낼 뿐이다.

사실,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너무 미약해서 그 구실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입하지 못한 사람들의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보험료 소득상한선이 4백8만 원밖에 되지 않아 그보다 훨씬 많이 벌어도 보험료를 더 내지 않는다. 보험료 상한선을 폐지하고 누진제를 적용해야 진정한 재분배(계급 간 재분배)가 이뤄질 수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후가 보장되는 적절한 연금과 진정한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는 부자 증세 요구에 집중해야 한다.

공무원 노동자 내의 재분배 논리를 수용하게 되면, 노동자 내의 분열을 불러일으켜 공적연금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