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 고시했다. 개정의 핵심은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병원이 여행업, 외국인환자유치업, 수영장업, 목욕장업, 체력단련장업, 종합체육시설업 등을 부대사업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해외 환자 유치이다. 그러나 이런 부대사업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환자에게도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

예컨대 의료진이 무릎이나 허리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병원에 딸린 수영장 등 체육 시설을 권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수치료’, ‘아로마테라피’처럼 의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각종 ‘치료법’이 병원 간판 아래서 이뤄질 것이다.

장애인보조기구 제조·개조·수리업도 신설됐다. 장애인보조기구는 대다수 노인과 재활치료 필요 환자들에게 필요한 기구로, 휠체어·목발 등을 떠올리면 된다. 이런 기구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하는데 부대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반 상품처럼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숙박업과 외국인환자유치업을 허용해 병원이 의료관광호텔(메디텔)을 만들 수 있게 허용했다. 메디텔도 해외 환자 유치를 명분으로 한 시설이지만, 객실의 최대 40퍼센트까지 내국인에게 판매할 수 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지정되면서 병원이 메디텔 만드는 것이 이미 허용됐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은 이런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병원 안에 메디텔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메디텔을 사실상 영리병원처럼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메디텔 객실은 형식적으로는 병원 시설이 아니므로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되고, 간호사 등 의료인을 고용할 필요도 없다.

법조차 무시하다

주류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조차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대사업 범위가 너무 넓어, 상위법인 의료법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부대사업으로 허용하려 했던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강매 우려가 있다”며 제외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자 양보 제스처를 쓴 것이다. 그러나 사실 부대사업 중에 강매 우려가 없는 상품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정작 6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는 2014년 하반기에 아예 의료법을 개정해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부대사업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어처구니없게도 보건복지부는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난 날 ‘특이사항이 없다’며 법안을 법제처로 넘겼다고 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하는 서면 의견서가 6만여 개나 접수됐는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백만 명이 서명한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 용지도 접수하기를 거부했다.

이런 의료법 시행규칙은 원천 무효이고 재개정돼야 한다.

10월 말 보건 노동자들의 투쟁과 11월 1일 범국민대회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 정책 추진이 그저 순탄치만은 않다. 의료 민영화 정책의 문제점은 벌써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제주도에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을 만들겠다며 싼얼병원 유치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보도로 알려진 것처럼 싼얼병원의 모기업 CSC의 회장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최대 주주는 부도 상태였고, 부지는 매물로 내놓은 지 오래였다. 정부는 결국 한 달 만에 불승인 조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는 국회 입법조사처, 대한변호사협회 등도 문제를 지적할 정도다.

논리가 궁색해지자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조차 “공급자[병원] 입장을 상당히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며 문제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등이 상반기에 벌여 온 활동 덕분이다. 특히 세 차례에 걸친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여론을 환기하고 반대 의견을 모으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일각에서는 세 차례 파업에도 정부가 의료 민영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자 파업으로는 힘들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세 차례 파업으로 병원 노동자들의 사기는 다소 올라갔다. 투쟁 경험이 적은 병원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 투쟁을 통해 다소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앞으로의 투쟁에 디딤돌이 될 것이다.

병원 노동자들이 2차 파업을 벌인 7월 22일에는 무려 60여만 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는 미흡하나마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반대 목소리를 모으는 구심 구실을 했음을 보여 준다.

노골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던 서울대병원 측은 1주일에 걸친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강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시범사업에 참가하는 병원이 어디인지 공개하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이러저러한 꼼수를 써 가며 의료 민영화를 강행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은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 특히, 훨씬 폭넓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하도록 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10월 말부터 파업 등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도 오는 11월 1일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월 한 달 동안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상반기에 결성된 지역별·권역별 대책위들도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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