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궁극으로는 공적연금을 한 가지로 통합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단결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공무원연금을 삭감하고, 이것을 지렛대로 국민연금 추가 개악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합 자체보다 어떤 통합이냐가 중요하다. 가령, 지역의료보험과 직장의료보험의 통합은 조직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일 뿐 아니라, 이 통합을 통해 두 부문 가입자들의 조건이 모두 이전보다 비교적 좋아지는 상향평준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런 통합이라면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하려는 것은 국민연금의 열악한 보장 수준으로 공무원연금을 끌어내리는 하향평준화다. 따라서 이에 반대해 현재의 공무원연금을 지키는 것에 분명한 초점을 둬야 한다. 

8월 26일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새누리당사 앞 결의대회 ⓒ이미진

세계적으로 공무원연금 등 특수 직역 연금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가 보장하는 보편연금이 도입되기 전에 직역연금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공무원 노동자들이 특수성을 요구해서 생긴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용돈 연금’ 수준이라 노후 소득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직역연금을 포기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진보진영 내에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는 보지만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 양보를 전제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평균 2백19만 원 정도로 2인 가구 노후 적정생계비(2백36만 원)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재직 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대신 받는 후불임금의 성격이 있고, 산재보험·고용보험·퇴직금 등의 기능까지 하는 것이므로 결코 특혜라고 볼 수는 없다.

국민연금을 당연히 강화해야 하지만 그 방식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금기금을 국민연금에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기능과 재분배 기능을 훨씬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누진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4백8만 원 이상 소득자들은 대기업 노동자나 이건희 같은 재벌이나 똑같은 액수의 기여금을 내도록 돼 있다. 진정한 상위 부자들에게 더 많은 기여금을 매겨서 국민연금 재정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노인 소득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공적 이전’ 비율은 OECD 최하위인데,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늘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