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보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영화는 황우석 박사가 몰고 왔던 한국 사회의 광풍을 절반도 담지 못했다.

당시 상당수 국민과 언론은 물론이고,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정계, 학계, 종교계, 의학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자본들이 황우석 박사를 떠받들고 있었다. 그런 거품이 거대하게 쌓인 이유는 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면 목표로 하는 인체 장기로 분화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 아직까지 정확하게 목표한 장기로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오히려 줄기세포가 엉뚱하게 분화될 경우 암이 될 위험성은 여전히 크다.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는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안전성과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10년 이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사업은 세계적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표1] 2014년 8월까지 전 세계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업체명 제품명 분류 분류 대상질환 허가 일자
1 한국:에프씨비 파미셀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 자가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 급성심근경색환자에서 좌심실구혈율 개선 2011.07.01
2 한국:메디포스트 카티스템 동종 제대혈유래 중간엽줄기세포 퇴행성 또는 반복적 외상으로 인한 골관절염 환자(ICRS grade IV)의 무릎 연골결손 치료 2012.1.18
3 한국:안트로젠 큐피스템 자가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 크론병으로 인한 누공 치료 2012.1.18
4 미국 Prochymal 동종 골수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이식편재숙주질환 2012.5(캐)/2012.6(뉴)
5 한국:코아스템 HYNR-CS주 자가 골수유래줄기세포 근위축성측삭 경화증(루게릭병) 2014.7.31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런 추세를 거꾸로 보도하며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사업을 부추기고 있다. 표1에서 보듯이 현재 전 세계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로서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은 다섯 개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중 4개가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허가를 받은 것이다. 반면, 세계적 바이오 기업이 가장 많고, 가장 이른 시기 개발을 시작했으며, 한국보다 세 배나 많은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정작 허가된 치료제가 없다. 심지어 미국 기업인 오시리스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놓고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 품목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술이 독보적으로 앞서 있는 것일까?

규제 완화

한국의 성급한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에 대해 이미 〈네이처〉를 비롯한 유수의 과학잡지는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타당하다. 한국은 황우석 사태도 겪었고, RNL 바이오가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 때문에 환자 두 명이 사망한 사례까지 있었던 만큼 줄기세포 치료제를 더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6차 투자활성대책을 통해 규제를 더 풀어주려 하고 있다.

[표2] 임상시험의 단계
단계 대상 목적
품목허가 전 실시 제1상 건강한 피험자 또는 줄기세포의 경우나 항암제 등은 특정 환자군 초기 안전성 확인
제2상 소수의 환자군 유효성 추정 및 유효 용량 결정
제3상 다수의 환자군 유효성과 안전성 확증
품목허가 후 실시 제4상 품목허가 후 실시되는 임상시험 이상반응 추적관찰 등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상업 임상 1상을 면제할 수 있는 연구자 임상 인정 범위를 현행 자가줄기세포 치료제에서 모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은 그 목적에 따라 연구 목적의 ‘연구 임상’과 시판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 임상’으로 나뉜다. 그리고 임상 1상은 치료제를 사람에게 처음 적용해 보는 단계로서 안전성을 평가하는 몹시 중요한 단계다.

정부가 발표한 위의 내용을 다시 풀어 설명하면, 대학에서 연구자가 연구 목적으로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면(연구 임상 1상 통과), 이를 기업이 가져다가 바로 임상 2상(상업 임상 2상)을 진행하게 해 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더욱 빨리 진행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원래는 기업이 상업 임상 1상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자가줄기세포 치료제에는 이를 허용했는데 이제는 타인에게서 추출한 동종줄기세포 치료제에도 허용해 주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변경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선 첫째는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임상 1상을 기업이 진행하는 상업 임상 2상으로 곧장 연결시켜 주는 문제이다. 연구 임상은 말 그대로 연구를 위한 목적이고, 상업 임상은 말 그대로 상업적으로 시판할 약을 만드는 목적이다. 식약처는 실질적인 연구진행이나 관리감독 절차가 동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차원이 다른 과정을 섞어 버리면 그 자체로 큰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대학 교수들이 연구 임상시험을 하는 이유 자체가 사실상 기업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것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적인 계약 혹은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기업이 대학이나 연구자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준다면 이는 연구자의 임상시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왜냐면 연구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것만을 기업이 가져가서 2상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많은 위험과 비용이 따르는 임상 1상을 상당한 공적자금이 투여되는 연구 임상으로 대체해주니 기업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풀기

이런 위험성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도 연구 임상과 상업 임상을 교차시켜 주는 나라는 없다. 더욱이 자가줄기세포와 동종줄기세포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자가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자기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증식, 배양해 자기 몸에 넣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비교적 문제가 적다. 하지만 골수 기증을 할 때, 아무나 기증할 수 없는 것처럼 타인(동종)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위험성이 훨씬 크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 동종줄기세포 치료제가 실질적인 상품가치를 갖는다. 자가줄기세포 치료제는 특정인에게서 뽑은 것을 그 사람에게 넣는 것이니 널리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라기보다 기술에 가깝다. 이에 비해 동종줄기세포 치료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번 조처는 그야말로 바이오 기업들이 진정 바라는 규제를 터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동종줄기세포 치료제가 활성화되면 줄기세포 매매가 성행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 완화는 결코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스톡옵션

그런데 이 줄기세포 치료제 규제 완화 조처가 6차 투자활성화대책의 다른 규제 완화와 결합될 경우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6차 투자활성화대책은 대학병원의 영리자회사격인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특허와 인센티브를 연구자에게 제공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조항까지 들어가 있다.

즉, 바이오 기업이 대학병원의 영리자회사로 들어올 수 있게 되고(혹은 투자자로), 연구자들에게 합법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구미가 당기는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에게 스톡옵션을 주며 보상을 하고 그가 진행한 연구 임상 1상을 이어 받아 임상 2상을 진행하면 된다. 사실 연구자에게 들인 돈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연구자는 대부분 대학병원 의사일 테니, 치료제가 만들어질 경우 이를 판매해 줄 핵심 창구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3상마저 풀어주려는 계획에 착수했다. 물론 희귀·난치성 질환에 있어서 조건부로 허가하는 방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난치성 질환”이란 말은 사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임상 3상은 실제 판매할 치료제를 가지고 상당히 많은 환자들에게 안전성과 효용성을 시험하는 단계이다. 가장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시험인 만큼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임상 3상이 조금만 간소화돼도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3상이 면제되면, 임상 3상에서 치료제를 시험받았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그 치료제의 구매자가 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이 조처가 통과되면 돈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다. 일반 제약품과 달리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한 건 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러한 규제 완화 조처로 기업이 얻게 될 수익은 엄청나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바이오 업체의 이해만을 대변하며 규제를 풀고 있다. 그만큼 민중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입맛에 맞춘 이런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건실한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가로막을 수 있기에 더 큰 문제이다.

영화 〈제보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진실이 우선인가? 국익이 우선인가?”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라는 아주 간단하고 분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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