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1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 상정됐다. 이 법은 교육, 의료, 방송통신 분야 등 공공 서비스에 대한 사회정책을 산업정책으로 축소시킨다. 사회정책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요소인 공공 이익, 사회정의와 평등이라는 성격을 파괴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 법은 민영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반대 여론에 부딪혀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던 법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투자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정책을 워낙 많이 밀어붙였기 때문에 굳이 이런 법이 따로 필요할까 싶은 상황이다. [본지 134호, ‘전면적 의료 민영화로 가는 박근혜 정부 - 6차 투자활성화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참고하시오]

그럼에도 굳이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구성된다. 이렇게 되면 기재부가 공공영역 정책 추진의 상위 권한자가 돼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된다.

즉, 교육이나 의료정책의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복지부의 구실을 축소시키고, 기재부 독재로 민영화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의지는 단호하다.

그런데 이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어젖히는 과정이 어이없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윤호중이 새누리당과 합의해 이 법안을 상정한 것이다. 의료 민영화 추진을 막겠다며 공언해 온 새정치연합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

박근혜 정부는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내놓은 계획들을 올해 안에 법적·제도적 절차를 완비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11월 21일에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의 외국인 관련 규제를 전면 완화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병원’은 ‘외국인 의사를 10퍼센트 이상 고용하고 병원장과 의사결정기구 구성원의 50퍼센트 이상을 외국인으로 둬야 한다’는 허술한 규제마저 없애 버리려는 것이다.

이렇게 규제가 완화되면 정부가 지금까지 영리병원 허용의 구실로 내세운 ‘외국인 환자 유치’는 껍데기만 남는다. 의사결정도 전부 내국인이 하고, 국내 의사들만 고용해 국내 환자를 볼 수 있는 영리병원이 된다. ‘영리병원 1호 싼얼병원 승인 취소’라는 개망신을 당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꿋꿋이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하는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박근혜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축소하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입법 예고 예정이다.

의료기술평가는 의료행위를 환자에게 적용하기 전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국가가 무엇보다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영역이다.

그러나 이 정부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다. 안전성만 입증되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병원이 ‘제한적 신의료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비용은 환자들이 다 부담하게 만들었다.

또한 신의료기술 평가 제외 항목을 대폭 늘려 안전성과 효과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의료기술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입법 예고할 내용은 그 평가 기간마저 단축시키려는 것이다. 졸속 평가도 문제지만, 이렇게 평가 기간이 줄어들면 국민의 안전은 위협받는 반면, 제약업체와 의료기기 업체에게는 큰 이윤이 돌아간다.

곧이어 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도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10월에 의료법 개정안을 작성하고 상정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

재정비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투쟁이 일단락됐다고 여기고는 이참에 모든 개악 조처를 밀어붙이려 하는 듯하다. 새정치연합의 무기력하고 일관되지 않은 대응이 이들의 공격 자신감을 높여 주고 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이 지도부 선거를 치르느라 대응이 느슨해진 기회도 노린 듯하다.

따라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에 맞선 대열을 신속히 재정비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도 연임이 확실시되는 만큼 또다시 파업과 같은 강력한 투쟁 태세를 보여 줘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단 하나의 의료 민영화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의료 민영화 정책이 결국 병원 현장에 적용돼야 실현되는 만큼 이미 법적으로 허용된 영리 자회사, 부대사업 확대도 실제 시행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