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치 방침은 첫째, 노동자 ‘계급’의 정치라는 출발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회는 계급으로 분단돼 있고, 이 계급 분단선이 이 사회의 근본 분단선이다. 계급연합을 추구하는 포퓰리즘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말이다.

불가피한 경우에 일회적·부분적 야권연대를 할 수 있다 해도, 연립정부 추진 같은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진하려고 노동자 계급의 독립적 이익을 유보하거나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둘째, 노동자 계급 고유의 힘, 즉 작업장에서 자본주의 이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도 노동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진보 정당은커녕 대변할 의원 한 명도 없었던 1997년 1월, 민주노총은 대중파업으로 정리해고 법제화 등 개악을 막아 냈다. 민주노총이 정치 파업으로 노동자 계급 전체를 위해 행동한 것이다.

이 파업 동안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국 정치의 주역이었다. 2013년 말 철도 노동자들이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박근혜에 맞선 가장 강력한 야당 구실을 했듯이 말이다. 의회의 정치 협상은 노동자 정치에서 훨씬 덜 중요한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작업장 안팎에서 계급적 단결을 추구해야 파업 같은 수단이 실질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부분 파업으로 진행되는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이 진정으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을 벌여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내국인·이주 등의 차이로 노동자를 이간질하고 차별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와 억압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정규직 양보론을 함축한 사회연대전략이 정치 방침으로 부적절한 이유다. 이 점에서는 허영구 후보 조와 좌파노동자회가 불안정노동자를 사회 변혁의 주체로 간주하거나 노동당 지식인들이 ‘포섭된 노동, 배제된 노동’ 식의 구분을 하는 것도 약점이다.

이들 모두 작업장 파업과 그것을 위한 단결의 중요성을 경시한다. 이런 입장들은 아무리 좌익적 언사로 포장해도 계급적 단결을 추구하는 데서 장애가 될 뿐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힘과 조직력을 보유한 조직 노동운동이 앞장서 민중의 호민관 구실을 하도록 고무하고 촉구해야 한다.

셋째, 진보정당들이 전략적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거나, 투쟁을 고무하기보다 협상이나 민주당에 의존하며 불필요한 양보를 하려 할 때, 노동운동이 정치적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조는 총선과 대선 선거 방침 같은 소시기 정치 방침에도 적용돼야 한다.

이것이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이 ‘정치조직’인 정당에게서 독자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둘 다 대중조직이고, 노동조합도 정당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계급의 부분을 대표한다.

독립성의 진정한 쟁점은 노동자 계급의 정치가 다른 계급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 모두에 적용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