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 재판조차 없는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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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30여 개국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유로 실종되어 살해되었다. 지난 10년간 약 100만 명의 사람들이 정부에 의해 실종되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더구나 죽음의 진실마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가협은 지금도 계속해서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유가협에서 낸 《누가 이들을 죽게 했는가》는 1980년대 주요 의문사 사건의 자료집이다. 이 책에는 1980년대에 논란이 됐던 의문사 사건 경위와 수사 기관의 발표에 대한 의문점이 담겨 있다.
수사 기관은 의문사들을 대부분 자살로 규정하고 수사를 종결하곤 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자살의 동기는 대부분 사회 부적응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단순 자살이 아니라 국가 기관에 의한 타살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여러 정황들이 있다.
국가 기관에 의한 살해
첫째, 의문사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민주화나 반정부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국가 기관이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내창 씨
김상원 씨
둘째, 여러 정황과 증거로 볼 때 상식적으로 그들이 자살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자살한 장소가 그들이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곳이라든가 자살의 방법이 초능력을 가지지 않고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김성수 씨
허원근 씨
신호수 씨
그들이 죽은 시점 또한 의문 투성이다. 학생회장에 당선된 날 죽는가 하면, 보안사나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얼마 후에 죽은 경우도 많다.
타살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뚜렷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박상구 씨
셋째, 의문사 사건을 다루는 국가 수사 기관의 태도다. 자살 동기나 유서 등 자살의 증거가 분명치 않음에도 경찰은 사인을 자살로 처리하고 서둘러 수사를 종결하곤 했다. 그리고 중요한 증거물을 의도적으로 분실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허원근 씨의 경우 부대 내에서 발견된 핏자국을 지워 버렸다. 신호수 씨의 경우에 경찰은 그를 연행한 후 바로 풀어줬다며 신씨의 친필 각서를 증거로 제시했으나 피해자 가족이 필적 감정을 의뢰하려 하자 경찰은 그 증거를 분실했다고 얼버무렸다.
경찰이 시체를 탈취하고, 가족에게 부검과 화장을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