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 조셉 추나라가 2월 6~8일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맑시즘2015’ 참가를 위해 방한했다. 이 글은 추나라가 맑시즘 개막식에서 한 연설이다.


저는 오늘날의 위기에 대해서 연설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먼저,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5년 동안 ‘회복’기를 거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바로 그 ‘회복’이 위기보다 더 나빠 보인다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공격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임금 수준이 1920년대 이후로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지구상에서 다섯 번째로 부유한 나라이지만,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하려고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섭니다.

당연하게도 노동자들은 이런 공격에 맞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동지들과 짧게 공유하고 싶은 가장 최근의 소식은 바로 어제 영국의 버스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것입니다. 이 파업에 2만 5천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투쟁은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첫째, 버스가 민영화된 이후 총 18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저마다 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그래서 버스 요금도 80가지가 넘습니다. 이번 파업은 민영화된 기업에서도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런던 버스 노동자들은 인종 구성이 전 세계 어느 곳, 어떤 부문보다도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과 그 2세대는 단지 인종차별의 피해자인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반격에 나설 때 핵심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그리스

그런데 영국 같은 나라보다 그리스 같은 나라들의 상황은 훨씬 더 나쁩니다. 결핵이나 말라리아 같은 질병이 그리스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정부의 교육 지출도 3분의 1이상 깎였고 청년 중 50퍼센트가 실업 상태입니다. 그리스의 자살률도 45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대고 유럽연합과 IMF, 유럽중앙은행은 앞으로도 25년 동안 긴축을 더 감내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리스 민중이 구제금융을 갚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제기금으로 그리스가 받은 돈의 90퍼센트는 은행들을 구제하는 데, IMF에, 유럽중앙은행에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민중은 은행들과 IMF에게 빚진 것이 한 푼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시리자에 투표했던 것입니다.

지금 독일 정부는 그리스 부채를 단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만약 독일 정부가 이런 노선을 고수한다면 충돌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회가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에서 정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은 바로 그런 투쟁에 있습니다. 우리가 연대를 보내야 하는 까닭입니다.

세계 경제: 더블딥을 넘어 트리플딥으로?

세계 모든 곳에서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계속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더블딥[경기 후퇴가 있은 뒤 일시적 회복기를 거쳐 다시 더 심각한 경기 후퇴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트리플딥, 그러니까 세 번째 경기 후퇴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점점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경제 위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은 겁에 질려, 양적완화를 해 시장에 돈이 철철 넘치게 하고 금리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돈이 부족하다거나 금리가 너무 높은 게 아닙니다. 진정한 문제는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고 자본가들도 돈을 빌려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본가들이 투자를 하기에는 이윤율이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는 상황이 낫다는 말들이 많지만 암울한 유럽 경제에 비춰 봤을 때에만 그렇습니다. 미국 경제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보이는 회복은 대체로 소비 증가와 값싼 신용에 기댄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미국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매우 적습니다.

대대적으로 투자가 이뤄졌던 중국의 경우, 중국 자본가들이 소화할 수 있는 시장 규모에 비해 과잉 투자가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은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인 위기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마르크스가 오늘날의 상황을 봤다면 자본주의가 전반적인 위기임을 간파했을 것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몇십 년 동안 축적된 막대한 자본과 부채를 유지하기에 이윤율이 너무 낮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토록 힘든 것입니다.

이윤율

그래서 지배계급도 ‘자본주의의 장기적 침체’를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경제부 편집장이 쓴 놀라운 칼럼 한 편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노동력과 자본으로 재화를 생산하는 능력이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체제가 노동력과 자본을 이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할 수 없다면 도대체 자본주의가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문제는 자본주의가 조용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통해서 되살아나는 체제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깨뜨리고 또 우리 삶을 갈가리 찢어놓습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노동자들에게서 더 많은 고혈을 쥐어짜 낼 능력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해 왔고, 그 덕분에 이윤율이 부분적으로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강력하게 회복하려면 훨씬 더 큰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값싼 신용과 낮은 유가에 힘입어 겨우겨우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이 파산해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결코 갚을 수 없는 부실 채권들이 결국 디폴트 처리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내다보자면, 오랫동안 성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부 반짝하는 회복 국면들이 있거나, 아니면 지금보다 더 큰 경기 후퇴가 세계적으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폭발적 잠재력

어떤 시나리오든 간에 아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들이 생길 것이고, 그런 때에는 정치적으로 폭발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서울에 왔을 때는 2010년이었는데, 당시 저는 이 위기가 오래갈 것이고,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이후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에서 총파업이 벌어졌고, 그리스에서는 2010~2011년에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졌고, 스페인에서는 대규모 광장 점거 시위가 있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광원 노동자들이 가족들을 먹여살릴 만큼의 임금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했다가 끔찍한 탄압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마리카나 광산에서 광원 34명이 그렇게 총에 맞아 죽었는데도 투쟁을 계속해서 결국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11년 아랍 혁명이 터져 나왔고 굶주림과 독재에 맞서 대중이 독재정권을 타도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세계

아직까지 이런 투쟁들 중 어느 것도 사회주의로의 전환을 당면 과제로 삼을 만큼 멀리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조직되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지속되지 않는 한 사회주의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지배자들에 맞서 들고 일어나 그들을 압도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 만큼의 힘과 규모를 가진 세력은 오직 노동계급뿐입니다.

아직까지는 돌파구를 뚫을 만큼 자신감과 정치를 발전시킨 노동계급은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이것이 놀랄 일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시간과, 투쟁 승리 경험을 통해서만 그 정도로 높은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노동계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들이 겪는 착취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은 언제나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노동계급이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에서 교훈을 배워서 그것을 현재에 적용할 사회주의자들의 조직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영국의 초창기 마르크스주의자인 윌리엄 모리스가 1893년에 쓴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과거는 죽지 않고 오늘날 우리 안에서 살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만들려는 미래 속에도 그 과거는 살아 숨쉴 것이다.” 자본주의 사상들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토론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이 미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통역 천경록 / 녹취 송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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