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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자가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오는가?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시리자가 이끄는 그리스 좌파 정부가 유럽연합과의 대결에서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논평이 많다. 그리스는 5월 12일까지 7억 7천만 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한다.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빚도 제때 갚고 신자유주의 ‘개혁’도 시행하라는 채권자들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일 것인가?

노동부 장관 파노스 스쿠르레티스는 IMF가 “매우 완고하게 연금 삭감, 대량 해고, 최저임금 인상 불가 등의 노동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자 정부가 보내는 신호는 모순된다. 그리스 협상단 대표가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에서 외무부 차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로 교체된 것은, 치프라스가 [유럽연합과] 합의할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한편, 치프라스는 4월 28일 이렇게 말했다. “채권단의 요구 수준이 우리의 권한을 넘어선다면 [국민투표로] 국민의 뜻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치프라스가 결국 타협하면 좌파 의견그룹 레프트 플랫폼이 긴축에 반대해 뛰쳐나오면서 시리자는 분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나는 이런 예측에 대해 회의적이다.

역사를 보면, 좌파 정부가 자본에 굴복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할 때 그 안의 좌파는 저항하지 않았다. 1975년 여름 영국 노동당 정부의 총리 해럴드 윌슨이 [노동당 좌파] 토니 벤을 경질하고 임금 억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토니 벤은 저항하지 않았다. 1983년 프랑스에서 사회당 소속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은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다. 그러나 [당시 산업부 장관] 장-피에르 슈벤망은 사임했다가 곧 내각에 복귀했다.

4월 29일 시리자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에서 치프라스는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남키프로스 대통령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와 3자 정상회담을 하고 악수하며 사진을 찍었다.

4월 28일 그리스·키프로스·이집트 정상회담에서 이집트 반혁명의 수장 압델 파타 엘시시(왼쪽)와 악수하는 그리스 총리 치프라스(오른쪽). ⓒ키프로스 정부 웹사이트

〈미들이스트 아이〉는 그들이 발표한 공동 선언문을 다음 같이 보도했다. “’국제 테러리즘이라는 골칫거리’가 사헬 지역과 사하라 이남 지역뿐 아니라 이제는 유럽, 걸프만, 중동, 북아프리카를 위협하고 있다. … 3국은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를 물리치고, 사실상 분쟁의 한가운데 있는 지중해 동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함께하기로 뜻을 모은다.

“이라크군이 아이시스 반대 국제 동맹의 지지에 힘입어 최근 전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고무됐다.”

놀라운 소식이다. [2001년] 9·11 공격 이후 유럽 전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그 주요 축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 사회포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회포럼은 좌파의 단결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칭찬받았는데, 바로 이 기구에서 현재의 시리자가 생겨났다.

‘테러와의 전쟁’

2011년 1월 25일 이집트 혁명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점거 운동을 본뜬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생겨났다. 그 가장 중요한 사례 하나는 바로 2011년 여름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 등 그리스 전역의 광장들을 점거한 운동이었다. 시리자는 이 운동에 큰 힘을 실었었다.

그래서 치프라스가 이집트에서 반혁명을 일으킨 도살자 엘시시와 악수하고, 최신 버전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은 큰 충격이다.

그리스·이집트·남키프로스 정상회담은 지중해 동부의 해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근 국가들의 경쟁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스·남키프로스·이스라엘이 터키와 각을 세우는 일은 그 지역에서는 익숙하다. 〈인디펜던트〉의 발칸반도 통신사는 남키프로스 정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그리스, [남]키프로스, 이스라엘의 3자 정상회담이 계획되고 있다.”

이런 상황 전개는 치프라스가 우파 정당인 그리스독립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것이 단지 의회 다수파를 차지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스독립당과 마찬가지로 치프라스도 지중해 동부에서 그리스 자본주의의 이해관계를 천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리스·남키프로스·이스라엘의 정상회담은 치프라스·유럽연합 협상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치프라스는 유럽 지배자들에게 지중해에 대한 기존 제국주의 질서를 지키려면 자기에게 기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긴축을 끝내려면 그 질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도전해야 한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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