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제도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최저임금법 제1조)"을 도모할 목적으로 시행된다지만, 현행 최저임금은 시간당 5천5백80원밖에 안 돼, 가족 부양은커녕 미혼(비혼) 노동자 혼자 살기도 버겁다. 이 돈으로는 주당 66시간 일해야 빈곤선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쥐꼬리만 한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2백66만 8천 명(2015년)이나 된다. 한국은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24.7퍼센트로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다. 적잖은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이 된 지 오래다. 임금이 최저임금 이하인 노동자 중에는 여성·청년·비정규직이 많다.

"동창모임, 경조사, 친목 술자리가 줄어든 지 오래됐어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괴롭습니다."

"아이들에게 1만 5천 원짜리 치킨도 맘 편히 사 주고 싶어요."

상황이 이런데도 경총을 비롯한 기업주들은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됐다"며 아우성이다. 15년 동안 최저임금은 거북이 걸음으로 겨우 3천9백80원 올랐다. 반면,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1년 새만 또 40조 원 가까이 불어나 2014년 말 5백3조 9천억 원이 됐다.

정부도 기업주들과 한통속이다. 지난 3월 최경환이 "올해도 …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경환이 "빠른 속도로 올"렸다는 수준은 3백50원(2014년), 3백70원(2015년)에 불과하다. "쬐끔 올랐어요. 쬐끔"이라는 한 아르바이트 중개업체의 광고 문구는 실제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심정을 대변해 인기를 끌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 정부 자신이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2백27만 명 중 13만 명은 공공행정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김유선). 2009년 이후 감소세이던 최저임금 미달자가 박근혜 정부 들어 크게 늘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고용 정책의 핵심인 시간제 일자리는 대표적인 최저임금 미만 일자리 중 하나다.

올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위한 5백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6월 15~26일 전국을 순회하는 '장그래대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6월 27일에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요 요구로 내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날로 악화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적 한계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다. 위원회는 노·사·공익 대표 각 9명(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측 대표와 사측 대표가 동수인 상황에서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정해 왔다. 그런데 공익위원은 아무런 공식 절차도 없이 정부가 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해마다 공익위원의 사용자 편향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올해도 공익위원 9명 중 3명이 경영학 교수고, “최저임금 대폭 올리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 온 인사도 있다.

그래서 보통 사측 위원들은 동결안이나 소폭 인상안을 내고(심지어 2010년에는 삭감안을 냈다) 공익위원들은 사측 위원들의 안보다 약간 높거나 같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해 왔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이렇게 결정이 된다.  

최저임금 대폭 올리면 고용이 줄고 자영업자가 줄도산?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주들의 오래된 논리다. 해고를 더 쉽게 만들려는 자들이 고용 운운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런 주장은 기본적으로 노동자 임금 몫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부당한 전제에서 비롯한 생각이다(임금기금설). ILO와 OECD조차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저임금계층 일소,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좀더 업그레이드 된 저들의 논리는 최저임금 인상하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도산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호들갑이다. 첫째, 중소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이 4백억~1천5백억 원인 기업을 말하는데, 올해부터 중소기업 상한 기준 일부(상시근로자 1천 명 미만, 자기자본 1천억 원 미만)도 없어졌다. 중소기업은 단일하지 않을 뿐더러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도산한다는 건 과장이다.

둘째, 전체 자영업자 5백65만 명 중 직원을 고용한 경우는 1백55만 명(2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김유선). 또, 이미 매일 1만 개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있다(심상정). 자영업의 몰락은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이 아니라 한국 경제 상황과 구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자영업 진입자 2명 중 1명은 이전에 임금노동자였는데(2013년 기준), 만약 반듯한 일자리가 있다면 애초 부실한 자영업이 이렇게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진보진영 일각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카드수수료 인하, 사회보험 확대,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세제 지원 등)을 마련해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는 노동계급이 자신들만의 요구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포퓰리즘적 논리가 있다. 이것은 노동계급이 자신의 요구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설사 대기업을 규제하고 이들이 가져가는 이윤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 실제로 열악한 자영업자에게 세제 지원, 사회보험 등을 확대하려고 하더라도 계급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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