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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유보된 건설노조 상경 투쟁:
정부에 제출해야 할 요구들은 여전히 있다

아쉽게도 이번 6월 24일 건설노조 파업은 상경 집중 투쟁 없이 지역별로 진행한다. 애초 6월 8일 건설노조 중집은 6·24 상경 집중 투쟁을 결의했으나, 6월 11일 중앙위원회는 “상경 집중 투쟁을 유보하고 지역 투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목숨을 위협하는 메르스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을 한데 모으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언과 달리,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위원들이 서울 집중을 선뜻 결정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다.

지역 투쟁은 현안 쟁점이 있는 지부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역별로 불균등하고 예년보다 ‘건설 노동자 총파업’의 효과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지역의 악질 건설 현장을 압박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에 제도 개선을 압박하는 힘은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해 건설노조가 제출한 대정부 요구 사항은 20가지가 넘는다. 이 중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들이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아직 양보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직접시공의무제’는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원청)가 일정 비율의 공사를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서 진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산업재해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고, 하도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건설회사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강제력 있는 적정 임금제 시행’도 임금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건설회사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올 여름 만료되는 덤프·레미콘 수급 조절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건설회사들은 노동자들의 경쟁을 강화시켜 임대료를 깎는 데 열을 올릴 것이다.

지난 5년간 건설업에서 임금 체불이 두 배나 늘었다. 2014년에는 건설 일용 노동자 7만여 명이 3천억 원의 임금 체불로 고통 받았다.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도 1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6월 17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작 메르스는 못 잡으면서, 노동자들만 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가 과연 건설회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의 요구를 쉽사리 들어 주려 할까?

일각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법안을 추진 중이니 국회를 지켜보자고 한다. 그러나 여당은 말해 봐야 입만 아프고, 야당인 새정치연합도 믿을 수 없다. 세월호특별법제정,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 그랬듯이 정부가 앞에서 칼을 휘두를 때, 그들은 우리 편인 척 옆에 서서 칼을 찌르는 것이 특기다.

따라서 상경 집중 투쟁을 기약 없이 유보하지 말고, 메르스가 누그러지면 바로 일정을 못 박아야 한다. 해마다 그래 왔듯이 전국의 조합원들을 서울로 끌어모아 정부가 진땀을 흘리도록 해야 한다. 메르스 위기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정부가 여전히 노동자 공격에는 열심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자 최근 민주노총이 다시 투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일정을 7월 15일로 확정했다. 건설노조도 이 파업을 함께 지지하자.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싸울 때, 박근혜 정부의 반(反)노동자 정책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