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한껏 표현하고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자긍심 행진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은 성소수자들의 저항운동에서 중요한 사건인 1969년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퀴어퍼레이드)은 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진보적 단체와 개인들 3만 명(주최측 추산)가량이 모여 도심을 누비며 행진했다.

올해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우파들의 퀴어퍼레이드 방해가 유독 노골적으로 벌어져 퀴어퍼레이드 일정이 연기되는 등 퀴어퍼레이드의 안정적인 개최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파들의 방해가 퀴어퍼레이드를 막을 순 없었다. 다행히도 경찰의 퀴어퍼레이드 행진 금지 통보가 가처분소송 결과 효력을 잃어 합법적 행진이 가능했고, 우파들의 도발에 맞서 퀴어퍼레이드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호응해 참가 규모가 커졌다. 한국 퀴어퍼레이드 전날,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것도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물론, 퀴어퍼레이드 현장에서 북을 때리며 괴성을 지르고, 부채춤을 추고, 행진로에 드러눕는 등 요란스러운 방해 행위가 있었으나 퀴어퍼레이드 지지자들이 시청광장을 가득 메워 행사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행진 참가자들의 눈에 이들은 그저 역사의 퇴물로 보일 뿐이었다.

시청광장에서는 무려 80여 단체들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부스를 차렸다. 노동자연대가 준비한 부스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간행물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성소수자 차별과 해방을 다룬 책 《무지개 속 적색》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다. 참가자들이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대한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에 대해서도 개방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익의 방해를 뚫고 벌인 도심 행진은 활력이 넘쳤다. 행진 대열의 일부로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를 비롯한 성소수자 단체들과 사회단체, 노동조합들은 ‘저항과 연대의 행진단’을 꾸려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단 참가 단체들이 돌아가며 발언을 하면서 참가자들의 기세를 높였다. “어제 미국 대법원 동성결혼 합법화됐습니다! 이런 판결이 자동으로 이루어졌습니까? 아닙니다. 46년 전 오늘 차별과 억압에 맞서 투쟁한 스톤월 항쟁 같은 투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투쟁합시다!”

자긍심 행진은 평상시에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숨길 것을 강요받는 성소수자들이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가뭄의 단비 같은 날이었다. 일부 국가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을지라도, 사회의 각 분야에서 성소수자 혐오와 노골적인 차별은 여전히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차별과 천대가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인권헌장 제정조차 가로막히고, 동성커플의 혼인신고도 단칼에 반려됐다.

퀴어퍼레이드에서 얻은 활력을 자양분 삼아 숨막히는 나머지 364일도 바꾸기 위해 차별과 혐오에 맞서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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