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9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를 위한 핵심 과제다.

지금 공공기관에 강요되는 임금피크제는 대개 58세에서 60세까지 2~3년간 임금 총액의 80~90퍼센트가량을 줄이는 대폭의 임금 삭감안이다. 사실상 1년은 거의 무보수로 일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년 연장자들은 그동안 해 오던 업무에서 제외해 별도 직군으로 배치된다. 이 과정에서 광범한 전환 배치가 수반되고, 이는 직무·성과급제 도입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청년 고용 증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최근 정부가 그 효과를 극도로 과장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비공개 자료가 있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더구나 정부가 ‘공공 개혁’의 핵심으로 제기하는 ‘기능 조정’과 지출 억제는 공공기관의 사업 축소와 인력 감축을 낳는다. 청년 고용을 늘린다면서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정책을 펴는 것은 완전한 모순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를 관철시켜 민간으로 확산하고, 하반기 국회 노동법 개악까지 밀어붙일 동력을 얻으려 한다.

그래서 기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와 유무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포함하고, 이에 따라 내년 임금 인상률도 차등 적용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우선 추진하면서 연내에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8월 현재 전체 공공기관 3백16개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은 아직 소수지만, 파급력이 큰 대표적 공기업들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이 공을 들여 온 LH공사(한국노총 소속)는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사측이 요구한 임금피크제 교섭에 응하기로 했다.

이런 후퇴와 동요는 정부의 압박이 워낙 강한 탓이기도 하지만, 특히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결정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국노총의 복귀 후 노사정위 대표자 회의는 공공부문 임금피크제를 다루는 ‘원포인트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자 이제 투쟁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퍼졌고, 그렇잖아도 임금피크제를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느끼던 단위노조 지도자들은 타협의 길로 기울고 있다.

한국노총 집행부의 노사정위 복귀는 정부와 어떤 식이든 합의를 이끌어 보겠다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나 노동부 장관 이기권이 9월 10일까지로 노사정위 합의 시한을 제시한 데서 보듯이 정부에겐 대화 파트너가 아니라 노사정위 구조 개악을 “사회적 합의”로 포장해 줄 들러리가 필요할 뿐이다.

공공운수노조는 노사정위 공동대응이 아니라 투쟁 조직에 힘을 기울여야

이런 상황에서 공공운수노조 집행부가 ‘원포인트 협의체’ 논의에 개입하기로 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공공운수노조가 협의체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로 구성된 공투본이 협의체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원포인트 협의체’에서 정부의 일방적 공세를 지연시키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을 수 있지만, 만족할 만한 양보를 얻어 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 상반기에도 노사정위 공공부문발전특위는 결국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논의가 진행될수록 양보안을 내놔야 한다는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이미 한국노총은 고령자의 노동시간을 줄여 그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노동시간피크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양대노총 공투본 역시 정부가 대화에 나서면 신규채용 재원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열어 놓았다.

그러나 임금피크제에 대한 대안은 노사정의 재원 분담이 아니라 정부가 재원을 투자해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노사정위 논의에 개입하는 것은 이런 대안을 쟁취할 수단인 투쟁 전선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임금피크제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기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임금피크제 논의 결과가 나오기를 쳐다보고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려스럽게도 양대노총 공투본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로 파업은 어렵다며 9월 11일 양대노총 경고파업을 총력 집회로 수위를 낮췄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정위에 기대지 말고 단호하게 임금피크제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노총을 좇아 노사정위 논의에 이끌려 가지 말고, 오히려 투쟁의 대안을 제시하며 한국노총을 투쟁으로 견인하려 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그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에게 노사정위에서 나와 임금피크제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서자고 촉구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가 9월 11일 경고파업을 총력집회로 수위를 낮추는 결정에 동의해 준 점은 매우 아쉽다.

공공운수노조는 9월 11일 경고파업을 굳건하게 건설해 가며 투쟁의 구심을 만들어 가야 한다.

민주노총은 9·11 공공부문 투쟁을 엄호하라

정부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공무원과 교사들에게도 성과급제 확대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 하고, 이를 민간에 확대하려 한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등 공격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9월 11일 집회를 적극 지지하고 민간 부문으로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철밥통’ 비난에 주눅들고 고립되지 않도록 민주노총이 이들을 엄호하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