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토목건축 노동자들이 10월 13~14일 일손을 놓고 상경 투쟁을 벌인다. 건설현장에서 목수·미장·철근 등의 일을 하는 토목건축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돈 떼먹은 현장 뒤집고, 밀린 임금을 받았다. 다른 현장에서 또 돈을 떼였다.

“한 지역을 뒤집고, 지역 전체 임금을 올렸다. 다른 지역에선 아직도 저임금이었다.

“모두가 서울에서 만나 전국의 건설현장을 뒤집자!”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건설업 체불은 2010년 3만 3천3백72명(1천4백64억 원)에서 2014년 7만 7백42명(3천31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유보임금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체불을 부추겨 왔다.

유보임금은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한 지 2~3달 뒤부터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이다. 이 때문에 공사가 끝난 시점에도 여전히 미지급된 2~3개월치 임금을 하도급업자가 지불하지 않고 버티거나 도주하면서 임금 체불을 양산하고 있다.

임금 체불은 3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돼 있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조사와 처벌을 하지 않는다. 공기업인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의 발주 현장에서조차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무려 1천3백62건(4백69억 2천9백만 원)의 체불이 발생했다. 하지만 LH공사는 고작 1백4건에 대해서만 조처했을 뿐이다.

임금 체불

휴일과 법정노동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10명의 일감을 5~6명에게 강요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일상적으로 건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안전보건공단이 올 초 발표한 것을 보면, 지난해 건설업 재해자는 2만 3천6백 명이고 이 중 4백35명이 사망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9백93명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상시적 고용 불안 때문에 건설현장은 실업난에 신음하는 청년들조차 쉽사리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곳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건설회사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용하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회피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묵인 방관하고 있다.

이번 상경 투쟁의 주요 요구는 ‘유보임금 근절’, ‘외국인 불법 고용 처벌’, ‘건설 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고법) 개정안 제정 촉구다. 또, 이번 투쟁을 통해 내년 ‘전국 차원의 단체협약 체결’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유보임금 근절, 직접 고용 확대, 다단계 하도급 규제 등은 건설 현장을 인간다운 일터로 만들기 위해 시급히 쟁취해야 할 요구다. 상경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설사 이번에 이 요구들을 모두 쟁취하지 못하더라도, 상경 투쟁은 토목건축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단결을 강화해 이후 현장을 개선할 투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다.

일부 건설기계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도 이번 상경 투쟁에 함께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있는데, 이런 연대가 더 확대된다면 좋을 것이다.

다만 ‘불법 외국인력 고용 처벌’ 요구는 건설현장의 문제를 주범인 정부와 건설 회사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들 탓으로 돌린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노동자 연대〉 158호의 ‘건설현장 일자리 부족: 이주노동자를 비난해선 안 된다’를 참고하시오). 이런 요구는 노동자들의 광범한 단결이라는 과제와도 모순을 빚는다.

건설노조 투사들과 활동가들이 이번 상경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사기가 높아지는 것을 계기로 미조직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적극 조직하면서 조직의 힘을 배가시키는 전술을 채택하는 방안을 고민해 나아가길 바란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방안이 결코 아니다. 비록 토목건축 노동자들은 조직률이 낮지만, 만만치 않은 투쟁과 조직화 경험이 있다.

토목건축 노동자들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물결 속에서 건설현장 노동자 중에 가장 먼저 노조 건설을 시작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2003년에는 전국 3백여 개 건설현장에서 단협을 체결했고, 2004년 용인동백지구 파업과 대구 철근 노동자 파업 같은 인상적인 투쟁을 벌였다.

그 뒤 정부와 건설회사들이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악용해 악랄하고 혹심한 탄압을 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토목건축 노동자들은 최근 다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 이래 꾸준히 성장해 온 대구경북건설지부를 필두로, 전남·부산 등에서 지난해와 올해 조직이 확대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조직 이주노동자 조직에 나선다면 반목과 분열이 아니라 단결로 정부와 사측에 맞설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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