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귀국 이튿날(12월 6일)부터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의 고삐를 바짝 잡아당겼다. 박근혜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원내대표 원유철을 청와대로 불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청년들이 학수고대하는” 법이라며 정기국회 내 국회 통과를 닦달했다. 천만의 말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청년들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학수고대하는 법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철도·의료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 그런데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 절차를 피하려고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고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지금도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과 별도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등 꼼수를 통한 민영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철도와 의료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대한 광범한 반대가 존재한다. 수백만 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고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민영화 반대 파업은 커다란 지지를 받았다. 일터와 거리의 반대 정서와 운동은 법률 논쟁으로 이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 대한변협 등 보수적 법률 기관과 단체들도 법률에서 금지한 조처를 시행령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처럼 논란이 뜨거워진 탓에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는 박근혜의 강경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대상은 제조업·광공업·농수축산업 등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고,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써먹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기본법은 다른 법률보다 상위법이므로(헌법처럼) 각각의 법률이 금지한 조처를 시행할 근거가 된다. 법조계에서도 정부에 지나치게 재량권을 많이 주는 법이라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이 법은 민영화와 복지 지출 삭감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나머지 부처의 관료적 반발을 억누를 권한을 준다. 가끔 벌어지는 소관 부처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불협화음이 생겼을 때 기재부가 찍어 누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처음 발의된 때부터 의료 민영화법, 공공서비스 민영화법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가 민영화나 영리화를 추진한 분야는 보건의료뿐 아니라 교육·통신·금융·관광·물류 등 다양하다. 세계경제 위기 때문에 신규 투자를 꺼리는 자본가들에게 새로운 이윤 획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반면 이런 민영화 조처로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각종 공공요금과 의료비 폭등, 안전 규제 완화로 인한 대형 사고 등뿐이다.

한편, 새정치연합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를 막을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미 여러 차례 양보 의사를 밝힌 새정치연합은 얼마 전 또 다른 의료 민영화법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도 통과시켜 줬다.

새정치연합의 배신 패턴은 이렇다. ‘법안 상정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슬쩍 법안을 상정시킨다. ‘상정시킨 법을 아예 반대할 수는 없다’며 일부 ‘독소’ 조항을 제거한다. 너무 보잘것없어 있으나마나한 규제 조항을 넣는다. 그리고는 전부 막지는 못했어도 대부분 막았다고 자화자찬한다.

이 지긋지긋한 새정치연합의 배신이 대중적 불신과 환멸을 사고 있는데도, 적잖은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에 의존하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새정치연합은 벌써부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는 제외한다거나 ‘의료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등 모호한 규제 조항을 끼워넣는 식으로 물러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가 이처럼 언제든 물러설 준비를 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보며 눈 하나 깜짝 할 까닭이 있겠는가.

따라서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진영은 새정치연합을 추수하지 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자체가 독소임을 분명히 하고 국회 바깥에서 독립적인 힘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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