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 공세가 한창이던 11월 13일 미국 NBC방송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방송됐다. 미군 해병대원은 부상당해 쓰러져 있는 이라크인에게 총을 겨눈 채 “이 새끼 죽은 척하고 있어”하고 말했다. 곧이어 화면은 보이지 않고 총소리와 함께 “이제 죽었어”라는 말이 들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국제적십자사는 팔루자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해서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이 적어도 8백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대학살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알라위 정부는 작전 시작 두 달 전부터 팔루자 지역에 새로운 의약품 반입을 막았다.
전투 시작 직전 해병대 장교들은 “15∼50세 남성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사살하라. … 적은 여성으로 가장할 수도 있다. 움직이는 것은 모두 쏴라.” 하고 명령했다.
미군은 11월 8일 공격을 시작하면서 먼저 팔루자 종합병원을 점령했다. 이 병원의 의사 무하라니는 출산을 돕던 중 미군에 체포당했다. 그녀는 미군 저격수가 의사 17명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미군은 국제적십자사와 모스크들이 모은 구호품의 반입조차 가로막았다. 이것은 국제법 위반이었다. 식량과 물이 끊긴 상태에서 팔루자 사람들은 마당의 나무 뿌리를 캐먹었다.
미군의 공격으로 부상을 당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목숨을 걸고 집안으로 데려와도 의사도 의약품도 없기 때문에 결국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 미군 탱크들은 길거리에 방치된 시체를 밟고 지나갔고, 개와 고양이 들은 시체에서 쏟아져 나온 내장을 먹고 살았다.
역겹게도 꼭두각시 정부의 총리 알라위는 죽은 사람 가운데 민간인은 한 명도 없다고 잡아뗐고, 해병대는 통역을 시켜 파괴된 집마다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하고 쓰게 했다.
 이번 팔루자 공격에서 미군이 부분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은 것은 이른바 ‘럼스펠드 독트린’을 무시하고 1만 2천 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재래식’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저항세력의 영향력이 강력한 다른 18개 지역에서 똑같은 성공을 반복할 병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대규모의 해병대 병력이 팔루자에 묶여 있는 한 저항세력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기 더욱 쉬워질 것이다.
실제로 미군은 팔루자보다 인구가 3배 이상 많고, 지리적으로도 훨씬 넓은 모술에 겨우 2천5백 명의 병력만 보낼 수 있었다.
따라서 조지 W 부시는 의기양양하게 해병대의 노고를 치하했지만, 원래 이라크 침략을 찬성한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그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죽거나 사로잡은 저항세력의 수로 성공을 가늠할 수는 없다 … 미국이 이미 베트남전쟁에서 배운 것처럼 그러한 성공은 신기루일 뿐이다” 하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만약 게릴라들의 근거지를 점령하는 것으로 점령군이 승리할 수 있다면 미국은 애당초 베트남에서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고, 프랑스는 알제리 전투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집단 처벌’로 그들[아프가니스탄인들]을 쉽게 굴복시킬 수 있었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백만 명을 살해하고도 철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들의 예상대로 전투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모술뿐 아니라 바그다드 남부 6개 지역이 2003년 4월 함락 이후 최초로 미군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힐라에서는 저항세력과 폴란드 군대 사이에 처음으로 전투가 진행중이고, 남부 습지의 베두인족들은 영국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11월 13일에는 계엄령을 어기고 바그다드에서 5천 명 이상이 반알라위 시위를 벌였다.
며칠 뒤 47개 정당과 단체들은 내년 1월 선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팔루자 공격이 부시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조지 W 부시는 모르겠지만, 미군이 지금 맞서 싸우고 있는 이라크인들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군대가 대적한 제3세계 민중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라크인들은 1958년에 제국주의 세력을 자기 힘으로 쫓아낸 기억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산업화와 전쟁을 통해 각종 기술과 무기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라크 저항세력이 군사적으로 미국을 패배시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이 점 하나만 믿고 앞으로도 계속 군사력에 의존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미군이 온갖 야만적 방법으로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라크 게릴라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저항에 끌어들이면서 점령군에게 정치적 패배를 안겨 왔다.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애초부터 매우 정치적인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성패는 미국이 거짓말과 협박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지배자와 피지배자에게서 얼마만큼 양보를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미군이 이라크에서 야만적 학살과 정치적 패배를 반복할수록 정치적 동의를 얻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팔루자에서 일어난 대학살을 보고 자기 나라 지배자들이 이라크 침략에 계속 동참하는 것을 반길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2주 동안 미국, 영국, 필리핀, 한국 등에서 팔루자 공격 반대 시위가 있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수천 명이 나섰고, 그리스에서도 1만 2천 명이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 칠레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하는 부시에 반대해서 5만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저항 운동과 국제적 반전 운동은 함께 가야 한다. 제국주의 점령은 이라크의 저항과 우리의 반전 운동이 결합될 때 끝장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