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E. K. 헌트의 경제사상사》:
신자유주의 · 주류 경제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
〈노동자 연대〉 구독
△《E. K. 헌트의 경제사상사》, E. K. 헌트/마크 라우첸하이저, 시대의창, 1,112쪽, 65,000원.
미국의 급진적 경제학자인 E. K. 헌트가 마크 라우첸하이저와 함께 저술한 《경제사상사》 제3판이 얼마 전에 번역 출판됐다. 이 책은 분량
사실 이 책의 제1판
E. K. 헌트는 《경제사상사》 외에도 《자본주의에 불만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
E. K. 헌트가 쓴 책의 유용성은 신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의 지류들을 잘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핵심 내용을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후 ‘신고전파종합’이 다시 리버럴 신고전파 경제학과 보수적 신고전파 경제학으로 양분되는 과정과 이들 사이의 차이를 필자들은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신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을 잘 설명한다. 예를 들어 신고전파 이데올로기의 핵심인 한계생산성 이론에 따르면, 자본의 가격은 자본의 수익성으로 결정되며, 자본의 수익성은 다시 앞으로 낳을 소득인 자본의 생산성에 좌우된다. 그런데 자본생산성을 알기 위해서는 미리 자본의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 결국 자본이란 자본 생산성에 의해 결정되지만 자본 생산성은 또다시 자본의 가격에 의존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들은 피에르 스라파가 “신고전파 경제학에 구현되어 있는 효용 개념에 바탕한 공리주의 경제학의 지적 전통 체계 전체를 논리적, 이론적으로 완전히 초토화”한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지는 C. E. 퍼거슨 교수의 말로 잘 드러나고 있는데, 그는 “신고전파 경제 이론에 의지할지 말지는 신앙의 문제”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역자 홍기빈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자본 개념이 무너지면서 주류 경제학의 체계가 근본부터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피할 도리가 없게 됐지만 이에 대해 주류 경제학자들은 신기
하지만 저자들이 주류 경제학의 한계에서 벗어날 방안으로 마르크스가 발전시킨 자본주의 분석과 자본 개념을 소개하거나 연결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약점
이런 약점은 3판의 변화된 내용에서도 반영돼 있는 듯하다. 저자들은 3판에서는 발라의 일반균형이론의 기술적 세부 사항
홍기빈 씨는 E. K. 헌트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자신의 중심적 입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유럽 측 제도주의 흐름을 누락시킨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오히려 문제는 그 반대다. 저자들은 1990년대 이래로 전개된 신경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닷컴 거품의 붕괴와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분석한 성과들에 대해서는 주류와 여타 비주류 경제학의 최근 흐름만큼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방대한 경제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뿐 아니라 신고전파 주류 경제학의 주요 내용과 그 모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