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정부는 공무원 노동조합을 허용하라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4월 9일에는 공무원 노조 결성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을 포함한 노동자 12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지난 3월 24일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이하 전공련)의 제1차 대의원 대회도 정부 방해 때문에 무산될 뻔했다. 행자부가 학교 당국에 압력을 넣어 장소 사용울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대의원들 집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회에 참석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했다. 또 경찰을 동원해 대회에 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 서울대로 장소를 옮기자는 학교측이 대회장 전원을 꺼버리기도 했다. 정부의 집요한 방해에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다행히 서울대 학생들이 40여 분만에 서치라이트와 앰프를 구해 와서 대회는 계속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제공공서비스노조(PSI) 한스 잉겔버츠 사무총장은 정부의 탄압을 보면서 “세계집행위원회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해 한국 정부에게 어떻게 압력을 넣을까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건설이 시기상조?

김대중 정부는 “국민 정서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시기상조”라며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곳은 세계에서 단 두 나라, 한국과 대만뿐이다. 프랑스는 경찰조차 노조를 결성하고 있다.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전후 일본은 폐허가 되었지만 1947년에 공무원 노동조합을 인정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1989년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공무원 노조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적도 있었다.

1998년 노사정위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정부는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단계적’이란 단서를 악용하려 한다.

정부가 전공련을 탄압하는 법적 근거는 1999년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공무원 노동자들은 직장협의회를 구성했는데 이 법의 시행령에 “공무원의 집단행위금지 규정 및 연합체 설립은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따르면 모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연합체 결성 금지’ 조항은 위법이다. 하위법이 상위법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ILO(국제노동기구)는 지난 3월 28일 제네바에서 열린 이사회 본회의에서 한국 정부에게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라는 권고문을 채택했다. 현재 행정자치부가 시행령으로 제한하고 있는 직장협의회 가입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고 공무원 노동조합을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다.

차봉천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은 이번 경찰의 소환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을 생각이다. 전공련은 정부가 탄압을 계속할 경우 ILO와 UN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봉인가”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것은 노동자로서 아주 당연한 것이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했다. 그 후 공무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해 올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박탈당한 이후 하급 공무원들의 근무조건은 형편없다.

하급 공무원들의 임금은 대기업의 72%에 불과하다. 경력 20년이 넘는 공무원 임금이 한 달에 7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3월 23일 정부와 여당은 실업대책 재원을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4급 이하 공무원들의 임금을 1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하급 공무원들은 그 동안 박봉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해 왔다. 그런데도 김대중은 정부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한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 5만여 명이 감축됐다. 정부는 올 7월까지 지방공무원 7천1백43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인력이 너무 많아 공무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한국의 지방공무원은 35만 명인데 영국의 경우 3백11만 명으로 한국보다 약 10배가 많다.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은 정부가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탄압하려는 속셈을 다음과 같이 꼬집어 말했다.

“자유당 때부터 역대 정권이 자신들의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 공무원 조직과 언론 조직을 이용해왔다. 김대중 정권도 예외일 수 없다. 공무원 노조가 출범하면 그것이 불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에 탄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