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민주노총 후보”로 결정되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동운동 안에서도 이 지역에서의 야권 단일화에 관심이 커졌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되겠지만, 우리는 노회찬 후보가 더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해 후보 사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회찬 후보는 창원 지역 민주노총 총투표 이후, “진보 대단결로 새누리당 일당 지배를 끝장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시민들이 원하는 [야권] 단일화의 방향으로 갈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창원성산은 옛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의 지역구로 이곳에서 권 대표는 두 번이나 당선했다. 이곳은 울산 북구, 동구와 함께 ‘노동정치 일번지’로 불리고 “영남진보벨트’의 핵심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민주적으로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된 후보가 후보 사퇴/양보를 함축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민주주의

민주노총은 이미 창원성산, 울산북구, 울산동구, 세 곳을 이번 총선의 전략선거구로 삼았다. 반드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를 세워 당선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야권연대는 ‘민주노총후보 선출 방침’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방침에 따라 선출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가 나중에 더민주당 후보 등과 개별 단일화 교섭을 하는 것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아 모종의 여지를 남겼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이 주도해 만든 총선공투본 안에서는 이것이 논쟁점이기도 하다.

물론 정의당이 야권연대를 하려 한다는 이유로 정의당을 총선공투본과 공동대응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은 일종의 ‘세컨더리(2차) 보이콧’으로, 그릇된 강요다. 게다가 이미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공투본의 방침을 받아들여 조합원 총투표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로 선출된 마당이다.

그러나 바로 마찬가지 이유로, 아래로부터 대중적 총의를 모아 선출된 단일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응하는 것도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처사다. 민주적으로 형성된 대중의 의사를 소수 집단이 멋대로 왜곡해 버리는 것이다.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해 적게는 1만여 명(창원 1만 5천여 명 투표)에서 많게는 수만여 명에 이르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후보 선출 투표에 참가했거나 참가할 예정이다.

수만 명이 노동계급의 요구와 투쟁을 대변하고 당선하라고 뽑은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가 친기성체제인 민주당 계열 후보들에게 양보하고 사퇴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노동개혁’에 맞서 선봉에서 싸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의와 요구를 더민주당이나 그 계열 후보들이 결코 제대로 대변할 수 없으므로, ‘단일화 논의’는 절차뿐 아니라 그 계급적/사회적 내용도 비민주적인 것이다.

불가피한 타협이냐, 배신적 타협이냐

물론 창원에서는 (울산 북구와 동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 특성상 새누리당 후보의 고정표가 만만치 않아서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도 야권 단일화를 바랄 수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의 지지도가 민주당 계열 후보를 월등히 앞서므로 실용주의적으로 볼 때는 문제 되지 않는 듯 보일 수도 있다. 사실 당선 가능성이 높을수록 단일화 압력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총투표 같은 절차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 선출하는 것의 정치적 의의는 그런 실용주의적 압력과 유혹에서 벗어나 민주적 총의로 계급적 대의와 투쟁을 대변할 후보를 세우려 한 것이다. 당연히 수만 명이 민주적으로 뽑은 것은 완주할 후보인 것이다. 언제든 묻지도 않고 더민주당 따위에 후보 자리를 양보할 후보라면 조합원들이 뭐하러 수만 명이나 투표에 참가하겠는가.

수만 노동대중을 조종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더민주당은 그 당에 대한 양보를 수만 노동자들이 너그러이 양해해 줄 만한 진보성이 더는 없는 명백한 기성체제 정당이 돼 있다.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는 민주당 계열과 계급 기반, 그에 기초한 정치적 지향과 정책들이 모두 다르다.

창원성산과 울산(북구/동구) 같은 곳에서 “반새누리” 단일화 요구는 민주당 계열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셈인데, 이런 주장을 노동운동이 수용한다면,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나 진보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더 낮은 선거구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우리 후보들에게 ‘반새누리’를 위한 사퇴를 요구할 때 노동운동이 전국적 차원에서 일관된 대처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그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좌파들이 전국적 후보 조정 방식을 통한 단일화나 또는 전략적 야권연대 기조에 대한 일관된 비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노동정치 일반의 우경화가 뒤따를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선출된 단일 후보가 민주당 계열과의 야권 단일화 논의에 참가하게 되면 선출에 참여한 노동자 운동과 조직들 안에서 반드시 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단일화 제안 자체가 후보 사퇴 문제를 함축하기 때문이다.(후보 사퇴 문제를 총투표에 붙일 수도 없다.)

따라서, 총투표로 선출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아예 응하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

물론 선거 면에서는 그 중요도가 덜해서 총투표에 의한 선출(election) 방식이 아니라 각 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한 회의에 의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 선정(selection) 방식을 채택하는 곳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선거구에서는 후보 선정 기준 등 협의 과정에서 야권연대와 관련된 불가피한 경우들을 미리 상정해 집단으로 결정한다면, 여지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후보를 선정한 사람들 간의 합의니 말이다.(총투표 방식의 선출과는 이 점에서 다르다.)

이럴 때, 전술적 야권연대를 고려해 볼 수 있는 경우로 노동자연대는 이미 5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1) 어쩔 수 없는 경우에, (2) 공동 집권을 목표로 하지 않고, (3) 그저 특정 선거구(들)에 한정해, (4) 후보 단일화 수준의 제휴를 하면서, (5) 정치적 비판을 삼가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투쟁의 전진을 위한 불가피한 타협이냐 아니면 불필요한 배신적 타협이냐를 구분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민주노총후보/민중단일후보”는 완주를 기본으로 하고, 그 예외적 경우를 토론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