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권영국 변호사가 2월 20일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시민혁명당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이기도 하다. 애초 서울에서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었지만, 용산참사의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의 경주 출마 소식을 듣고는 큰 망설임 없이 어려운 경주를 선택했다.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 진압의 책임자”가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꼴을 보아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용산참사 당시 권영국 변호사는 ‘진상조사단 조사팀장’이자 ‘용산참사 구속 철거민 공동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김석기는 참사의 책임을 지고 처벌받기는커녕 이후 오사카 영사,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을 지내며 정권의 비호를 받아 왔다. 이런 김석기에게 전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경주에 있는 선거사무소를 몸소 찾아가 ‘진박 인증’을 해 주기도 했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말뚝을 꽂아 놔도 당선한다는 경주에서 김석기에게 도전한 권영국 변호사의 선택은 지난 30여 년간 그가 걸어온 길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뒤 풍산금속에 취업한 권영국 변호사는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 1988년 8월 해고됐다. 포기하지 않고 싸운 끝에 노조 설립에 성공하고 복직도 했지만 1989년 파업 주도 혐의로 구속되고 다시 해고됐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2002년부터 민주노총 법률원장을 맡았다. 당시 38일 동안 파업을 벌인 발전 노동자들을 비롯해 정부의 탄압을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해 왔다. 2005년 오랜 투쟁 속에 이주노조가 설립된 후 지속된 정부 탄압 때마다 이주노조 간부들을 변호하고 노조 설립 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2008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6년 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노동위원장을 맡으면서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얻었다.(‘거리의 변호사’는 미국의 법정 스릴러 전문 진보적 소설가 존 그리섐의 작품 제목이다.)

지난해 9·23 총파업 집회에서 경찰의 최루액 난사에 항의하는 권영국 변호사. 이날 권 변호사도 최루액을 맞았다. ⓒ이미진

그는 소극적으로 법원에서 변론을 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투쟁의 현장을 찾아가 노동자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해 주고 경찰 탄압에 항의하는 등 ‘확실히’ 노동자들의 편에 섰다.

‘신세계이마트 정상화 공대위 위원’, ‘쌍용차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이주노조 합법화 소송대리인’, ‘화물연대 구속사건 변호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인권침해감시단’,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소송대리인단’, ‘교사공무원 정당가입 사건 공동변호인단’, ‘삼성전자서비스 고 최종범 열사 대책위 공동대표’,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 ‘민변 세월호 참사 특위 위원장’,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등 그의 이력은 모두 탄압받는 노동자들과 청년, 빈민들의 편에서 싸우며 얻은 것들이다.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의 편에서 싸워 온 그는 연행과 재판(받은) 경력이 많은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를 듣고는 법정에서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이라고 항의해 이런 경력이 추가되기도 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선거 도전을 결심했다고 한다.

“망연자실 울음을 터뜨리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보면서, 사법정의에 대해 그래도 가지고 있던 미련을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사법은 형식일 뿐, 그 내용을 채우는 건 정치의 영역이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법정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서 새로운 정치적 모색이 필요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셈이다.”(〈오마이뉴스〉 2월 13일치)

그러나 무기력하고 원칙 없는 더민주당은 그에게 대안이 될 수 없었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합의 과정에서 … 어느 순간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면으로 제동을 걸어야 하는 부분조차도 절충하고 타협해서 … 질질 끌려가고 있는 모습들 … 기업활력특별제고법도 사실 재벌을 위한 법이었잖아요. 그런 것들도 제동을 거는 게 아니라 몇 가지 개선점이 있다면서 다 타협해 주고 심지어 테러방지법까지도 뭐만 빼면 통과시켜 주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과연 이런 야당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정의와 기준을 세울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거죠.”(〈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그런데 그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에 핵심 기반을 둔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보다는 급진민주주의 정당 모델을 지향하는 듯하다. 기성 정당들에 대한 날선 비판과는 다르지만, 노동자 정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특정 계급 계층만을 강조하는 정치운동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거길 들어간다고 해서 약간의 지지도가 높아지더라도 정말로 권력 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고, 세대교체가 일어날 수 있느냐.” 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예를 들며 “조직되지 않은 시민의 온라인 참여”를 기초로 한 정당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시민혁명당’의 지향이다.

이런 지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난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전투적 노동자들의 지지와 모순돼 보인다.

이런 아쉬움에도 그의 선거 도전이 가진 의의가 퇴색하지는 않는다. 용산 참사 책임자인 김석기와 박근혜의 노동자 탄압에 반대해 출마한 권영국 변호사의 도전에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