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새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서맨서 파워는 이 초안이 “20여 년 만의 가장 강력한 제재”라고 평가했다. (〈노동자 연대〉 168호를 제작하는 3월 1일 현재, 2일 새벽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분명,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결의안은 기존 결의들보다 제재 수위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처음으로 북한의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가 포함됐다. 그리고 북한으로 향하거나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화물을 유엔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검색하게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밖에도,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제재 범위가 확대되고, 대다수 조항이 권고에서 의무 조항으로 바뀌었다.

물론 제재의 강도가 강화됐다고 해서, 제재의 효과가 반드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위기로 내몰 정도로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가까워진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엔 대북 제재 결의는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한·미·일의 독자 대북 제재와, 대규모 군사 훈련 같은 군사적 압박 강화와 함께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악화시킬 요인임은 분명하다.

한국은 낙동강 오리알?

그런데 일각에는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과의) 대화 쪽으로 퇴로를 놓기로 담판을 지었다’는 평가가 있다. 제재의 목적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라는 데에 미국과 중국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것이다(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게다가 미·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 때문에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미뤄지자, 한국이 미국의 의중과 무관하게 대북 강경책을 밀어붙이다 미·중 간 대화 결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박근혜는 한국이 “이 문제의 당사자”라며 “우리가 선도”해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지만, 분명 미·중 간 사드 논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소외돼 버렸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함께하는 줄 알고 지붕 위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외쳤는데, 오히려 미국은 지붕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치우고 옆 사람인 북한과 대화하고 있었다’(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는 주장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못 된다.

미국은 기존의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나 남북 간 충돌 같은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미국은 이번 북한 핵실험·로켓 발사 정국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북한이 핵실험 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수도권 상공(그리고 중국 코앞!)에 B-52 전략 폭격기를 띄웠다. 게다가 얼마 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미니트맨Ⅲ’의 시험 발사를 잇달아 공개했다. 이 시험 발사가 단지 북한만 겨냥한 것일 리 없다. 미 국방 차관은 “북한과 러시아,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에 미국이 효율적인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북한 핵실험 직후 박근혜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상황을 한·미·일 동맹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바 있다.

또 다른 일각에는 중국의 대북 제재 결의안 동의 때문에 사드의 한국 배치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수년 전부터 미국이 한국에 계속 요구한 일이었고, 이번 북한 핵실험·로켓 발사 정국에서 진전을 이뤘음을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까지 “3노(3 NOs: 사드 배치에 관한 요청·협의·결정 없음)”을 공식 입장으로 내세웠지만, 이제 사드 배치는 공론화돼 논의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2월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국무부 대변인 존 커비는 “미·중 양국 간의 대화 및 합의, 사드 한반도 배치시의 잠재적 효율성에 관한 한미 간의 협의 그 두 사안에는 어떤 연관성도 없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주에 말했듯이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사드 배치 논의도 필요 없을 텐데 불행하게도 북한은 다른 (반대의) 길을 선택했으며,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한반도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연합뉴스〉 2016년 3월 1일치). 이 말은 북한 ‘위협’이 지속되면 사드 배치 논의도 지속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므로 미국은 한국을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시키려 계속 애쓸 것이다.

평화협정

이처럼 전략 무기 과시, 사드 배치 공론화 등으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공세를 펼치자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를 병행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존 케리는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동의하는 것이 먼저’라며 사실상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일부 진보·좌파들은 중국의 ‘평화협정’ 제안을 한국 정부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의 제안대로 대화 테이블이 열리더라도, 이 대화가 사태를 근본적으로 진정시킬 돌파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이 제안의 핵심 내용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됐던 9·19 공동성명과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9·19 공동성명은 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이 북한에 새 금융 제재를 가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 사반세기를 돌아보면, 간간이 북미 간 또는 6자회담 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미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파기해 다시 긴장이 높아졌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묶어 둔 채, 미국이 긴장을 완화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정책(한·미·일 동맹 강화, 전력 증강)을 그대로 추진한 것도 북한의 반발을 부르곤 했다.

따라서 현 상황이 진정되고 나서 미국이 위기 상황을 관리하려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그 대화의 앞날은 밝지 않다.

남중국해

1~2월 내내 한반도 문제를 놓고 제국주의 국가들의 갈등이 불거지는 와중에, 남중국해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었다. 2월 15~16일 미국은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캘리포니아에 초청해 아세안 국가들을 대(對)중국 포위에 끌어들이려 공을 들였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대응해 남중국해 섬들에 레이더·미사일·전투기 등을 배치했다.

그리고 한반도는 남중국해와 함께 제국주의 간 갈등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3월에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 연습이 미국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자극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중국해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은 고조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동맹 강화 등 박근혜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