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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교육을 원한다”

신정보람(고등학교 3학년)

점수 나오고 나서 애들하고 대조해 보면서 묘한 경쟁의식 같은 걸 느꼈어요. 서로 몇 등급인지 물어 보면서 애들끼리 논란이 되게 많았죠.

(친구가) 한 등급이라도 높으면 자기 처지를 비관했어요. 점수 받아보고 애들 대부분이 재수를 생각하는 것을 봤어요.

이번에 특히 변환점수표준제와 등급제와 백분위를 적용하면서 자기가 잘해봤자 다른 애들까지 잘하면 쓸모 없기 때문에 경쟁의식이 더 심해졌어요. 특히 재수생들에 대한 반감이 커요.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재수를 선택해요.

고3 되니까 교실 들어올 때부터가 틀려요. 고3들을 편안하게 하려고 교실을 1, 2층에 배치하다 보니 보호 차원에서 창문에 쇠창살이 있는데, 그 분위기부터 압박으로 다가와요.

TV도 없애고 스피커도 정말 필요한 방송 외에는 다 차단하고, 정말 책상과 교탁밖에 없는 삭막한 교실. 1년 동안은 죽어라 공부만 하는 거죠.

한 달에 한 번 성적을 써서 내면 그것 갖고 입시상담을 하는데 담임선생님들이 은근히 부추겨요. “너는 쟤보다 특별히 떨어지는 게 없는데 점수는 쟤보다 5점 정도 낮다.” 특히 인기학과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지원하면 정말 특별한 경쟁자가 되는 거죠.

수업 진행 방식은 선생님들마다 달라요. 어떤 선생님들은 좀 개방적으로 가르치는데 현실에 부딪혀서 어쩔 수 없이 전환하는 사람들이 있구요. 어떤 선생님들은 처음부터 암기식으로 가르치는 분이 있어요.

선생님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문제는 수능이라는 거죠. 수능에 맞춰서 모든 교과과정과 수업 진행 방식이 결정돼요. 이것 수능에 나온다 하면 애들은 듣고 이것 수능에 안 나온다 하면 애들 다 자는 분위기예요.

이번 7차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선택과목으로 된 게 어떤 점에서는 더 나쁘다고 봐요. 저는 정치 과목을 배우고 싶었는데, 선택과목에서 누락되면서 배울 수 없었어요.

입시 위주로 맞추니까 정말 필요한 과목도 못 배우게 되는 일이 벌어져요. 국사를 1학년 때만 배우고 선택과목으로 하니까 필요한데도 애들이 대충대충 들어요.

이번 수능 부정에 대해 주위 친구들은 양분됐어요. “걔네들 엄청난 처벌을 해서 최대한 많이 끌어내서 우리 등급을 높여야 한다.”

이런 애들 한 부류가 있는가 하면, 또 한 부류는 “우리가 그딴 것 신경 쓸 것 못 된다. 걔네들 빠져 봤자 우리 등급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은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지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전 그 사람들도 피해자라고 봐요. 딱 까놓고 ‘이것 정말 안전하다, 수능점수 30점 올려주겠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 고3학생 중에서 거절할 사람 한 명도 없을 거예요.

걔네들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웃기고, 언론은 고3학생들을 암묵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으니까 그게 기분 나쁘다는 애들도 많아요.

선생님이 애들한테 “너희들 왜 여기 앉아 있냐?” 하고 물어 봤어요. 애들은 다 “돈 벌기 위해서” 하고 말해요.

어쩌다 한 명이 “대학 가기 위해서다”라고 말해서 선생님이 “그럼 넌 대학가서 뭐 하게?” 하고 물으면 “돈 벌기 위해서다”라고 말해요.

(지금은) 문과계열의 남자들은 전부 경영학 선택하는 식이에요. 이건 좀 남녀차별적인 것이긴 한데 여자애들은 사학과를 쓰든 심리학과를 쓰든 (주변에서) 상관 안 하는데, 남자애들은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나요.

사회구조 자체가 (누구나)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공부 위주로 몰리는 입시 구조는 나타나진 않을 것 같아요.

공부가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니까 (학생들은) 공부 외에 활동을 하면 제재를 받아요. 제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어요. 겨우 하루 빠진 것 갖고도 공부에 대해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줘요.

인간과 인간이, 친구와 친구끼리 교류가 다양했으면 해요. 인간 긍정의 정신이 필요하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 했으면 좋겠어요.

학교 교칙에 불만이 많았어요. ‘불순한 언행’이 정확히 명시가 안 돼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마음만 먹으면 퇴학시킬 수 있는 교칙이 상당히 많아요. 학생들의 정치활동도 퇴학 사유가 돼요.

저는 처음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하려 했는데 당원으로 가입하면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대요. 그래서 당우로 가입했어요.

국정교과서가 있는 것도 문제예요. 국정교과서가 있는 나라는 쿠바하고 북한하고 우리 나라밖에 없어요.

국정교과서는 친기업·친정부적으로만 쓰여 있어요. 역사책들을 봐도 왕들의 역사이고 민중의 역사는 조그맣게밖에 안 실어 줘요. 민중의 세계에 대한 고찰이 전혀 없어요.

윤리 과목은 국기를 앞에 붙여 놓고 국가 위주로만 씌여져 있어요. 1학년 때 시민윤리 과목이 있었는데 시민들이 올바르게 지켜야 할 모범적 시민상을 실었는데, 국가 정책에 반하지 않는 시민들을 실어 놓았어요.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고, 국가가 교과서를 통제하기 때문에 다양성이 결여돼 있어요.

선생님과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예요. 지금 같은 교육 상황에서 저희에게 ‘좋은’ 선생님은 수능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문제를 제대로 찝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에요.

학생들과 대화하고 많이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을 물론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만, 저런 선생님 짜증난다 하는 반응도 많아요. 바빠 죽겠는데 저런 쓸데없는 얘기 하나 하는 거죠.

교육 문제는 정말 중요한데 애들도 시험이 끝나면 다 잊어버려요. ‘니들은 고생해라. 우리는 끝났다.’ 전 이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부모님이 저희 교과서나 공부하는 것 보면서 자기 때랑 하나도 안 변했다고 하시거든요. 제 자식들까지 그렇게 되면 정말 끔찍한 일이거든요.

수능이 끝났다고 해도 우리 후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고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봐요.

혜정(18세 청소년)

전공이 다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데 똑같은 시험을 봐서 대학을 가는 것이 이해가 안 가요.

원래 제가 문학을 해서 문학 특기자로 대학을 가려 했어요. 그러면 글을 잘 쓰면 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상관 없는 함수나 알 수 없는 기하학 같은 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저는 중학교 때 6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때 7차 교육과정이었는데 달라진 걸 하나도 못 느꼈어요.

선택과목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울대에서 국사를 출제한다면 다 국사를 해야 하고, 그 학교에 사회 선생님이 있으면 사회를 하는 식이에요.

수시가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결국 수능을 다시 반영하고 내신을 반영하고 특기에 대한 것은 오히려 크게 차지하지 않아요.

1차 합격이 돼도 각 과목마다 몇 등급을 받아야 하는지 다 기준이 있거든요. 자신 있어서 과목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라고 해서 선택한 것이라 다양성이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렵죠.

2008년 입시안이 수능을 등급제로 하고 내신 비중을 강화하는 것이라 지금보다 나아진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보면 사람에게 1등급·2등급 등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 솔직히 돼지 1등급·2등급 하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점수나 등급에 관계 없이 가고 싶으면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등급이라는 것이 자기 자신의 성취도가 아니라 남에 비해 얼마나 성취했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죠. 남을 적으로 두고 전쟁하는 것이죠.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고려시대 ‘음서’라는 제도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높은 관료면 자식은 시험을 안 보고 관직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죠.

고교등급제도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부모가 강남에 살기 때문에 강남 애들이 좋은 곳에 간다는 것은 부모 잘 만나서 좋은 대학에 가는 거잖아요.

막말로 부모를 잘못 만나면 부모를 원망해야 하고, 부모들도 내가 잘 살았으면 내 자식을 좋은 곳에 보냈을 텐데 하는 미안함을 느껴야 하고.

저희 엄마도 너는 좋은 곳에 살지도 않고 더군다나 검정고시인데 대학 들어갈 때 불이익 당하지 않겠느냐라고 걱정했거든요.

대학측에서는 학력격차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왜 학력력차가 생겼냐 하면 강남지역의 부모들이 학원을 많이 보냈기 때문이죠. 결국은 빈부격차 때문 아니겠어요.

누가 잘 사나 줄세워 놓고 잘 사는 아이들만 쏙 뽑아가는 그런 것이니 정말 나쁜 거라 생각해요. 사법고시 합격자 출신 비율도 강남·서초·강동·송파가 많고 경기도 출신은 거의 없다고 해요.

제가 다닌 학교는 예술고등학교였는데 억압이 굉장히 심했어요. 양갈래로 머리를 땋아야 하고, 앞머리 이렇게 올려야 하고, 구두 신으면 안 되고, 치마 줄이면 안 되고 … 하도 억압이 심하니까 생리 주기가 바뀌었다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저희 학교는 코트를 입는데 검정색과 회색만 입으라고 했어요. 그 때 아이보리색이 유행이라서 이미 다 사서 학교에 입고 갔는데, (학교에서) 안 벗으면 뺏는다고 했어요. 한두푼도 아니고 20∼30만 원 하는데, 학부모들이 항의를 해서 아이보리색이 다행히 허용됐지요.

구두에 장식이 있으면 그 장식을 가위로 잘라버렸어요. 스타킹도 살색하고 검정색만 신으라고 해서 커피색을 신으면 잘라서 버리기까지 했어요.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며 바지도 못 입고 치마 교복을 입어야 했어요.

다 똑같은 옷을 입은 아이들을 운동장에 일렬로 세워놓고 단상에 올라가서 보는 교장은 도대체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요. 난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하거든요.

입학금으로 1백20만 원을 냈지만, 돈을 많이 냈다고 양질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예요. 학교 건물도 가건물처럼 생겨 환경이 너무 안 좋았어요.

결정적으로 학부모 총회를 하는데 교감이 50만 원씩 찬조금을 내라고, 안 내면 대학 못 보낸다고 했어요.

우리 엄마는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안 오셨는데, 다음 날 선생님이 학부모 총회에 안 온 엄마는 자식한테 애정이 없는 것이다라고 해서 더는 학교 다닐 맘이 없어 그만뒀어요.

저는 야간 자율학습이 없는 예술고등학교였는데도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인문계 같은 경우는 아침 7시 30분부터(심하게는 7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켜요.

하루 절반 이상을 학교에 있어야 하고, 끝나고 학원가고, 집에 가서 숙제하고 … 말도 안 되는 비인간적인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그 스트레스를 다른 친구들한테 풀면서 왕따를 만들고 왕따당해서 자퇴도 하게 돼요.

저는 음악을 좋아해요. 그러나 노래를 잘 못하고, 악기도 제대로 못 다뤄요. 악보도 잘 못 읽어서 음악 점수가 나쁘죠. 점수가 나쁘니까 음악을 하고 싶어도 안 하게 돼요.

점수에 상관없이 내가 그림을 어떻게 그리든, 노래를 어떻게 하든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게 해 주는 교육이 되면 좋겠어요. 수학을 못해도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지난번에 비해서 얼마만큼 향상됐구나 이런 것으로 평가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경쟁 없이 서로 도와주면서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절대 안 알려주고, 알려줘도 이상하게 알려주고 그랬어요.

교육이라는 것은 서로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경쟁하지 않고 서로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의 위치도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니 알려주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높은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더불어 가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