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왜곡 축소 보도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폭로됐다.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 7곳은 6월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 수석 이정현과 KBS 전 보도국장 김시곤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것만으로도 이정현은 두 번(2014년 4월 21일, 4월 30일)이나 보도 통제를 시도했다.

녹취록을 보면 이정현은 김시곤에게 매우 흥분한 말투로 욕설까지 섞어가며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라는 이정현의 말에서 진실 은폐의 배후에 박근혜가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언제든 찾아오라며, 가증스런 눈물 쇼를 벌이던 박근혜가 사실은 뒤에서 자신의 책임을 감추는 데에 혈안이 됐고, . “해경을 해체”하겠다더니 실은 보호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KBS는 유가족들의 항의 목소리를 보도하지 않고 박근혜의 진도 방문 장면과 해경이 구조에 열심이라는 보도만 반복적으로 내보내며 “청영방송”(청와대를 위한 방송)이란 조롱까지 나왔다. 당시 KBS 두 노조가 최초 공동 파업을 벌일 만큼 KBS의 보도 통제는 극심한 수준이었다. KBS 사장 길환영은 “해경 비판하지 말라”, “대통령 관련 보도는 20분 내로 하라” 등의 지시를 했던 것이 폭로됐고 노조 공동 파업으로 결국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시 국무총리 정홍원이 국회에서 “사태가 위중한 만큼 수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기를 올려 달라는 뜻으로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보도 통제를 인정하기도 했다는데 이번 폭로가 분명한 증거를 제공한 것이다.

"청와대와 공영 방송은 한 몸"

이제껏 KBS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보도를 철저히 축소해 왔고 얼마 전 제주 해군기지 철근이 세월호에 실렸다는 의혹이 처음 폭로됐을 때도 침묵했다. 당시 보도 통제가 청와대의 지시와 압박 속에 이뤄졌다는 정황이 분명해 졌으므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도 마땅히 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6월 27일 이정현과 길환영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진실 규명은 계속된다 6월 30일부터 특조위 사무실에서 밤샘 농성을 한 유가족들은 7월 1일 오전 특조위 강제 해산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의 조사 활동 강제 종료를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조사관들의 출근길을 유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맞이 했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국민과 함께 진실규명의 그날까지 활동하겠습니다”라고 쓴 배너를 들고 이에 화답했다. ⓒ이미진

 이번 폭로에 대해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우리를 이렇게 농락하고 기만했구나”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또한 “이정현은 선원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해경이 무슨 책임이 있냐고 말하는데 참사 직후부터 정부가 했던 말이 철저히 거짓말이었는지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국가를 개조를 해서라도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속으로는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 있더라도 덮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정도 거짓말과 진실 은폐 시도면 박근혜는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

한편, 박근혜 공약 파기 보도를 막는 등 “솔직히 우리만큼 [정부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라던 김시곤이 이번 녹취록을 제공한 것은 이들 사이에 균열이 커졌고, 박근혜 정부의 통제력 약화를 보여 주는 것이다. 아마도 김시곤은 정부가 꼬리 자르기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듯하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2년 동안 굳건히 유지되고,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직접적 책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지배자들 내에서의 균열을 부추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성역 없는 진상 조사

지금까지는 KBS 한 곳만 드러났지만 다른 언론사들(특히 방송)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통제를 시도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최근 특조위가 제주도 화물 과적 문제에서 기존 검찰 조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검찰 부실 수사 의혹을 낳았는데 철근 과적 누락 수사에 대한 청와대 입김 가능성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특조위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이 세월호에 과적됐다는 사실을 밝혀 박근혜 정부에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세월호 침몰과 진실 은폐의 주범으로 진상 규명 대상인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의 진상 규명 활동을 종료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서둘러 특조위 활동을 종료시키려 한 진정한 의도가 사방에 뻗쳐있는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특조위 활동을 보장하고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해수부와 새누리당은 ‘인양 후 선체 조사는 보장하겠다’는 꼼수를 내놓았다. 특조위 강제 종료를 정당화하려는 꼼수다. 그런데 최근 더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이 농해수위에 꾸리기로 합의한 세월호 특별소위원회가 사실상 이 꼼수안을 논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소위는 특별법 개정이 아니라 해석에 대해 다룰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특별소위의 간사는 국회 농성 중이던 유가족들을 두고 “노숙자”라고 모욕했던 새누리당 김태흠이다. 박주민 의원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법 개정을 위한 당 대표 논의 등을 주장했지만 묵묵부답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2014년 특별법 제정 때 야당이 세 차례 유가족들을 배신한 일이 기억난다”며 경고했다.

유가족들은 굳건하게 특조위 강제 종료를 거부하며 조사 기간 보장과 선체 인양 후 적어도 6개월 이상 정밀 조사 보장, 성역 없는 조사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항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의 총선 참패 이후 아래로부터의 압력과 그에 따른 내부 균열의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은 자신감을 갖고 단호하게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