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투쟁을 통해 교육감 직고용과 명절상여금, 근속수당 등 노동조건 개선을 성취해 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해는 정기상여금 지급, 차별적 처우 개선 등의 핵심 요구를 내걸고 일찌감치 4월부터 파업과 집회, 농성 등 투쟁에 나섰다. 그 결과 경남, 부산, 대전, 울산, 전남, 강원, 세종 등 합의가 이뤄진 지역들을 비롯해서 얼마간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올해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정기상여금 신설은 연 50만 원 안팎으로 합의가 됐다.(기존에 지급 중이던 광주와 세종은 각각 15만 원과 40만 원이 인상된 연 70만 원과 80만 원 지급, 2015년부터 정기상여금을 1백만 원 지급 중인 경남은 급식비 월 8만 원 신설) 학교비정규직 임금 차별의 상징이었던 정기상여금을 쟁취한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방학 중 임금을 받지 못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기상여금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방학 기간 생계 문제를 일부 해결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다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애초 목표로 제시한 정기상여금 1백만 원의 절반 수준으로 합의가 이뤄졌는데, 1년에 방학기간이 3개월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이 금액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보완하기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학교비정규직 처우 수준 전국 꼴지를 다투는 서울과 제주에선 교육청의 완강한 태도로 인해,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와 ‘제주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주지부) 소속 대표자들은 교육청 앞 단식 농성 속에 진보교육감 취임 2년(7월 1일)을 맞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와 기대 속에 교육감 임기를 시작한 2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상황이다. 7월 5일 현재, 제주는 9일차 릴레이 단식, 서울은 6일차 단식 농성중이다. 두 곳 모두 진보교육감(서울 조희연 교육감, 제주 이석문 교육감) 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외면당하는 것은 유감이다.

적용 대상

서울과 제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6월 23일-24일 이틀 동안 파업을 벌였는데, 각각 3천여 명과 7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했다.

이틀 간의 파업 이후, 서울과 제주 교육청들은 정기상여금 신설과 명절상여금 인상 등의 일부 양보안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교육청을 한 발 물러서게 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정기상여금 지급 등 단체협상 적용 대상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25개 직종으로만 협소하게 제시해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말하는 25개 직종은 교육부가 제시한 소위 ‘학교회계직’을 가리킨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는 무려 60여 개의 직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정부 교육정책의 산물로, 학교에서 담당하는 교육과 돌봄 영역이 다양하게 늘어난 결과다. 따라서 이는 정부와 교육청들이 책임져야 마땅하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차별을 만들려는 교육청의 정책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서울교육청은 “수백 가지가 넘는” “미합의 사항인 단체협약과 60여 개 직종협약 요구안 일체에 대해 향후 더 이상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교섭포기 각서’의 작성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단체협약은 2년에 1번 진행되는데, 이번에 단협을 맺고 더 이상 교섭을 하지 않게 되면, 향후 조희연 교육감의 남은 임기(2년) 중엔 더 이상 단협을 논의하지 말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조건과 처우 개선 외면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도 나쁜 효과를 낸다.

제주교육청은 기본급 인상(3퍼센트)의 소급적용 불가를 고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은 신설만 이야기할 뿐 구체적인 액수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체로 다른 교육청들은 3월부터 소급적용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는데도 말이다. 또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이었던 급식보조원 월급제 시행은 미루고 일부 수당을 신설한다고만 말하며 버티고 있다. 노동자들은 ‘예산 상 어렵다면 월급제 시행 시기에 대해 약속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묵묵부답이다.

두 교육청 모두 예산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겨 교육청이 재정 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보교육감들이 선거 때 약속한 ‘전 직종 교육감 직고용’과 ‘차별적 처우 개선’이 후퇴되는 근거가 될 순 없다.

선거 때 노동자들이 진보교육감을 지지한 것은 중앙정부의 공격과 부당한 제약에 맞서 싸우라는 기대와 의미였다. 중앙정부를 핑계 삼아 공약을 후퇴시키는 모습은 진보적 대중의 실망을 사게 돼 보수 진영을 이롭게 할 것이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아쉬움은 조희연 교육감 취임 2주년을 맞아 서울지역 21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교육감의 공약 이행 정도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공약 이행에 대해 56퍼센트가 “못하고 있다”고 답변하였고, 특히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공약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학교비정규직 교육감 직접고용 확대, 차별적 수당 개선’ 문제가 1위였다.

심지어 서울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취임 2년인 7월 1일 아침 7시경, 교육청 직원들을 시켜 교육청 안 주차장 한 켠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농성중이던 농성단원들의 사지를 들어 강제 퇴거시키기까지 했다. 이에 항의해 노조 대표자들은 서울교육청 본관 안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이 소식을 듣고 서울지역 조합원 2백여 명이 퇴근 후 달려와 장대비 속에서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현재 서울교육청과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교섭이 이어지고 있으며, 대표자들은 본관에서 나와 교육청 앞 도로에서 계속 단식 농성중이다.

조희연 교육감과 이석문 교육감은 파업에 이어 단식 농성중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