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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나향욱 “민중은 개·돼지” 망언:
‘너무 솔직하게’ 지배계급의 진심을 엿보인 일

요즘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나향욱(기사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전’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어서 상처받은 마음에 그나마 조금쯤 위안은 된다)의 “민중은 개·돼지” 막말은 분노를 넘어서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어제는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1학기 종무식을 하면서 “우리 개 돼지 샘들, 함께 건배합시다”라는 말이 웃음의 소재였고, 오늘 뉴스에는 편의점 ‘개·돼지 음식’ 리뷰가 떠 있기도 했다.

그야말로 혓바닥으로 ‘하늘을 찌를’ 일이다.

나향욱은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 주면 된다”는 망언을 했다. 이 말부터 분명하게 짚고 넘어 가자. 나향욱 같은 고위 정치인들이 언제 우릴 먹여 살렸나? 박근혜나 정몽구 같은 자들이 우릴 먹여 살렸나? 누가 노동을 했으며, 누가 세금을 냈고 누가 누굴 먹여 살렸나? 그들이 우리가 일한 대가를 뺏어 먹고 사는 것이지, 그들이 우리를 먹고살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개들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사회성을 익혀, 주인이 졸려하면 함께 하품하며 공감을 할 줄도 안다. 하지만 나향욱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전혀 이해하는 능력이 없으니 그런 점에서 ‘개만도 못하다’.

열불 터지는 막말이 나향욱만의 것도 아니다. 많고 많은 것들 중 몇 가지만 들어 볼까? 올해 5·18 때 전두환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부인하며 “어느 누가 총을 쏘라고 하겠어 국민에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하고 말 했을 때의 분노가 여전하다.

가습기 사망 사건으로 한동안 공분을 샀던 옥시 전 대표가 공개 사과 후 “내 연기 어땠어요?” 하고 물은 것은 또 어떤가?

“세월호 사고 때 개념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가만 있으라는] 방송을 따르지 않고 탈출했을 것”이라는 연세대 이과대 부학장 이승철의 막말도 있다.

지독한 엘리트주의다. 우릴 멍청이로 아나!

지배계급의 본심

이런 막말들에 공통적으로 담긴 엘리트주의는 지배계급의 진심이다.

나향욱도 자신의 말이 ‘과음으로 인한 실수’라고 변명하지만, 취중진담으로 용기 내서 진심을 말한다는 흘러간 유행가는 왜 있겠나.

지배계급은 때로는 실수로, 혹은 민중을 경멸하는 그들의 본심에서 기인한 노골적인 화법으로 막말을 한다.

사실 그들의 본심은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고, 경쟁하는 자본과 국가들 사이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안전에 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일자리를 없앤다. 자본주의 교육은 학생들을 등급화하고, 경쟁과 통제로 주눅 들게 한다. 환경 파괴와 전쟁으로 인류의 미래까지 불확실하게 만드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 노동자 민중에게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나향욱 역시 지배계급의 일원인 교육부 고위 관료로서 이런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애써 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으로 근무하며 고속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올해 3월에 교육부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굵직한 정책을 기획해 왔다.

그래서 나향욱의 망언은 일탈이 아니다. 그저 너무 솔직하게 지배계급의 머릿속 생각을 드러냈을 뿐. 그 실수 역시도 따지고 보면 우리를 깔보는 그들의 오만함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나향욱 망언 후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항의 성명을 냈고 나향욱 파면 요구 서명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나향욱이 ‘과음한 상태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을 하게 된 것’이라며 그를 비호했지만 나향욱에 대한 공분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결국 징계위에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다. 파면이 실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성과급과 교원평가로 교사들을 통제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 친일 제국주의와 지배자들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자사고 등 엘리트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등 나향욱을 비호했을 뿐 아니라 그 망언을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는 교육부 장관도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대안은 이런 지배계급의 엘리트주의의 근원인 자본주의를 부수고 사회주의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배자들이 결코 깔볼 수 없는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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