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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기만적인 연기금 “복지투자”

기금관리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연기금 의결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전투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애초에 연기금 의결권 행사가 정부의 기업 통제를 강화한다며 반대했던 한나라당과 재계는 의결권을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사용하는 편이 낫다는 〈조선일보〉의 충고를 일부 수용한 듯하다.
이제 연기금 의결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재원을 보유한 국민연금 기금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두고 둘 사이에서 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
연기금을 정부가 관리할 것인지(열린우리당) 아니면 민간투자전문회사가 관리할 것인지(한나라당)를 두고 벌어진 내분은 경제위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안 논쟁, 즉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케인스주의적 경기부양 정책과 한나라당의 더 일관된 신자유주의 사이의 충돌의 한 측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차이는, 이들 모두와 나머지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차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 대표들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두 당 모두 이견이 없다.
애당초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보험료를 7퍼센트 인상하고 연금을 10퍼센트 삭감하는 것이었지만, 보험료 인상에 따른 기업주들의 부담을 의식해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연금만 삭감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정규직 노동자들 ― 연금보험료 가운데 절반은 기업주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전경련은 한술 더 떠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연금을 20퍼센트나 삭감하라고 요구했었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기초연금제 도입과 연금보험료 인상 반대, 연금수급액 삭감 반대를 주장하며 두 당 모두에 반대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왼쪽으로부터의 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연기금이 투입될 한국형뉴딜에는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예산 규모로는 10여 개나 되는 민자 고속도로 건설도 빠듯한 형편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연기금 복지시설 투자”는 순전한 위선이자 기만이다.
“뉴딜 3법” 중 기금관리법과 민간투자법은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민간투자법 개정안은 공공 재원인 사회복지시설마저 민간자본에 넘기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국회의원) 것과 다름 없다.
결국 정부는 연기금을 동원해 건설하게 되는 각종 복지시설을 사유화하려는 것이다. 그리 되면 우리가 낸 국민연금은 우리는 구경도 못 할 고가의 고급 실버타운과 영리법인 병원, 스포츠센터 등을 짓는 데 쓰일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문의 투자로 인해 사회적으로 복지시설이나 혜택이 증가할” 것이고 “증가하는 국민연금기금 규모를 고려할 때 새로운 기금운용처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박은주,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 - 연기금의 주식·부동산투자 전면 허용에 반대한다.”, 민주노동당 주간정책브리핑 7호(2004.8.30))하다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입장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복지부문의 투자는 선순환의 관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복지부문의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은 한국형 뉴딜과 기업도시법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모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축적된 연기금은 기초연금제를 도입하고 연금수급액을 인상하는 데 쓰여야 한다. 물론 보험료도 인상돼선 안 된다.
또한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는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 국가가 직접 투자 ― 수익성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연기금의 ‘투자’가 아닌 재정 지출로서 ―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