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8월 12일에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갑을오토텍 사측이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용역경비를 뺄 테니 관리직 사원들을 투입해 일부 생산을 재개하자’고 촉구했다. 얼마 전에 더민주당 아산시장의 중재를 단칼에 거절했던 박당희(갑을오토텍 대표이사)는 최근 직접 시청·충남도청을 찾아가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사측은 바로 전날(10일)까지도 ‘차라리 공장 문 닫겠다’며 청산·폐업을 압박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기 위한 협박이었을 뿐이다. 기업의 청산은 갑을자본의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가 결코 아니다.

지금 사태 전개는 사측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말처럼 “사측은 똥줄이 탔다”. 똥줄이 타서, 청산 협박과 생산 재개를 위한 꼼수를 하루 만에 오가며 분열증 환자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째, 생산 중단으로 인한 압박이 커졌다. 갑을자본은 일찌감치 현대차와 공모해 동종 부품업체들로 생산을 이원화했지만, 물량 전체를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현대중공업이나 해외 수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기업들은 애가 탔고, 갑을자본은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갑을오토텍에서 공조 부품의 80퍼센트를 조달 받는 현대중공업은 ‘즉각 생산을 재개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남부지방의 대규모 홍수 피해로 굴삭기 수요가 반짝 늘어난 지금, 빨리 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등 해외 기업들의 압력도 크다. 갑을상사그룹은 근래 수출시장 판로를 개척하는 데 공을 들여 왔는데, 여기서 차질이 빚어지면 사업계획 자체가 흐트러지고, 여신·이자율 등 금융조달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둘째, 갑을오토텍 투쟁이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와 주목을 끌면서 정치적 압력도 커졌다. 이 투쟁은 노동개악과 노조탄압에 맞선 저항의 상징이 됐다.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 기금을 모아 보내고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농성장을 찾는 이유다. 그 근저에는 박근혜 정부와 사용자들이 추진해 온 임금 삭감, 구조조정, 노조탄압에 대한 광범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최근 정의당과 윤종오 의원을 비롯해 야3당은 노동부 장관을 만나 갑을오토텍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종교계, 학생단체들,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경찰은 이런 상황에서 휴가 기간 신속하게 투쟁을 진압하기 어려웠고, 지금 ‘경찰력 투입의 명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연대가 중요한 때다. ⓒ사진 조승진

경계

11일 사측의 제안은 우리에게 몇 가지를 보여 준다.

첫째,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공장 사수와 연대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을 단호하게 사수하고 연대를 확대해 사측을 더 몰아붙이면 갑을자본이 계속 버티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생산 재개 물꼬를 터 공장 사수 효과를 떨어뜨리고 우리의 대열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므로, 한층 경계하고 한층 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갑을자본은 지금 난처한 처지이지만, 결코 민주노조를 깨부수겠다는 의지를 내려놓지 않았다.

11일 사측의 발표는 관리직을 현장에 투입시켜 생산 재개의 물꼬를 트려는 데 목적이 있다. 노조의 파업 효과를 깨뜨리고 직장폐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기성 정치권의 중재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력 투입의 빌미를 만들려는 의도도 크다.

그리고 일단 생산이 재개되면, 노조파괴 시나리오대로 파업 대열의 일부를 흔들어 선별 복귀를 압박하고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갑을오토텍지회가 사측의 요구를 즉각 단호하게 거부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지회는 이것이 “불법적 직장폐쇄를 유지하겠다”, “불법 대체생산을 계속하겠다”, “노동조합과의 교섭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규정했다.

사측이 생산 재개를 꾀하는 것은, 역으로 노동자들이 생산을 마비시켜 부품 공급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며칠 전에 지회가 일부 미쓰비시 수출 물량의 반출을 허용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는데, 다행히 지회 집행부는 ‘그 한 번이 마지막’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공장 사수 투쟁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똥줄이 탄” 사측이 숨통 트일 겨를이 없도록 더욱 단호하게 공장을 사수해야 한다.

아산시와 노사민정이 한 번 중재에 나선 상황에서, 앞으로 정치권을 더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갑을오토텍 투쟁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도 있다.

과거에 더민주당은 KEC, 유성기업 투쟁 등에서 중재를 시도하며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자제시키는 구실을 했다. 유성기업 투쟁 당시 충남도지사였던 안희정은 ‘직장폐쇄는 사용자의 권리’라고 옹호한 일도 있었다.

연대

뜨거운 날씨 속에 장기간 공장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에게 지금 무엇보다 실질적인 연대가 절실하다.

지난 9일 금속노조 중집은 네 차례의 금속노조 결의대회와 공장 사수 농성단 운영, 경찰 투입 시 총파업 및 투쟁계획 수립 등을 결정했다. 연대 집회와 공장 사수 지원이 규모 있게 이뤄진다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연대 파업(계획)을 경찰 투입 이후로 미루는 것은 그간의 투쟁 경험에서 수차례 드러났듯이 무기력한 방안이다.

금속노조의 시급한 연대파업을 호소하는 연서명에 단 하루만에 활동가 3백38명이 참가했다. ⓒ사진 조승진

당일 금속노조의 활동가 3백40여 명은 옳게도 금속노조의 시급한 연대파업 조직을 호소하는 연서명을 발표했다. 이것은 갑을오토텍 투쟁이 훨씬 더 많은 연대를 모을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준다.

한온시스템지회가 대체생산을 거부하고, 지역의 부품사 노조들이 연대 파업을 조직하고,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등 원청사 지부들이 부품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생산에 차질을 줘야 한다. 금속노조가 연대파업으로 진정한 연대의 힘을 보여 줘야 한다.

11일 사측 발표 직후 용역경비가 대부분 빠지고 경찰병력도 줄었지만, 여전히 경찰력 투입 가능성은 상존한다. 박근혜 정부는 경찰력 투입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장 내 충돌이 벌어지거나 원청 기업들의 압력이 커지면 그것을 경찰 투입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특히 투쟁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박근혜 정부가 정치 위기를 겪고 있고 곳곳에서 저항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해 승기를 잡아야 한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이번주 1만 명 규모의 시위를 앞둔 상황이다.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점거가 외대, 동국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싸워 볼 기회다.

저들이 경찰력으로 갑을오토텍 투쟁을 짓밟기 에, 우리 측에 불리하지 않은 현재 정치 상황을 십분 이용해, 바로 지금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 민주노총 차원의 전국노동자대회 등이 시급히 조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