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의 각종 청사(터미널)와 경비행장, 공항공사 사무실의 안과 밖을 청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공항공사와 용역업체에 임금 인상과 인격적 대우를 요구하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 소속 김포공항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사측이 요구사항을 거부하면 8월 26일(금)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하루에도 승객 수만 명이 드나드는 김포공항을 깨끗하게 청소해 온 노동자들은 그간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취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 6년 연속 1위라는 김포공항의 명성은, 저임금에 온갖 인격적 수모를 받으면서도 일해 온 청소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동자들은 1백30여 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규모만 5만 5천5백㎡나 되는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을 매일 같이 쓸고 닦으며 고된 노동에 시달려 왔다. 심지어 “소변을 보고 싶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며 일을 해 왔다. 그래서 보장된 휴식시간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손목과 팔의 인대가 늘어나 아침에 일어나면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습니다. 소수의 인원이 넓은 청사 곳곳을 걸어 다니며 일하기 때문에 발톱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인원 충원을 간절히 바래 왔다. 그런데 이렇게 일한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건 최저임금에 성추행과 성희롱을 비롯한 비인간적 대우였다.

30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최저임금(2016년 시급 6천30원)이 적용돼 월 1백26만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용역업체가 공항공사에게 받은 인건비에는 상여금 4백 퍼센트가 책정됐는데도, 노동자들에게는 1백75퍼센트만 지급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보호하려고 수립한 '용역 근로자 보호지침'대로, 시중 노임단가(시급 8천2백 원)에 맞춰 기본급을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공항공사 관리직 출신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횡포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였다.

한 관리자는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를 무릎에 앉힌 후 강제로 키스를 했으며, 심지어 노래방에서 멍이 들 정도로 여성 노동자의 가슴을 주무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관리자들이 대놓고 ‘접대’를 요구해 왔다고 폭로했다.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 6년 연속 1위

이뿐 아니라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식사시간 외에 쉬는 시간이 없어, 노동자들은 근무 중 물을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다가도 관리자들의 눈에 띄면 시말서를 써야 했다. 시말서 3번이면 퇴사해야 한다.

심지어 고된 노동으로 몸이 아파 병원에 가려 해도 연차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자비로 휴무 중인 동료에게 일당 8만 원을 지급하고 대신 근무하게 해야 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반장들이 미리 사표를 받아 뒀다가 한 달이 지나면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게실조차 없어 여성 화장실 한 켠 청소비품을 쌓아 둔 칸에 의자를 놓고 쉬거나, 물품과 다 찬 쓰레기 봉투를 모아놓은 창고에서 쉬곤 했다.

이러한 현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앉아서 쉴 수 없게 의자를 치워 버리고는 청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공식 휴게실에 가서 쉬라고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간 이 휴게실을 왕복하는 시간이면 쉬는 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이곳을 사용하지 않아 왔는데 말이다.

이런 처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공항공사와 용역업체가 우리를 사람이 아니라 소모품 취급해 왔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인격적 대우(각종 인권 유린적 언행 금지, 제대로 된 휴게실 다수 마련 등)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3시간 경고 파업을 진행했다.

용역업체와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싼 임금에 비인격적으로 취급해 온 배경에는 외주화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년 근로계약을 새로 맺어야 했고, 끊임없이 사측의 눈치를 봐야 했다.

IMF 이전까지 공항 청소 노동자들은 직고용 신분이었으며 기본급이 정규직보다 적긴 했지만 각종 복지혜택은 동일했다. 그러나 IMF 위기 이후 공공부문에서 구조조정과 외주화가 확산됐고, 이는 저질 일자리인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의 증가로 이어졌다.

김포공항을 비롯해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공항의 중요 업무를 외주화해 왔다. 공항공사가 직·간접으로 고용한 전체 인원 5천4백36명 중 외주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67퍼센트(3천6백31명)를 차지한다.

김포공항만 하더라도 환경미화를 비롯해 카트 관리와 주차 관리에서부터 보안검색·특수경비·구조소방에 이르기까지 16개 업무를 외주용역업체가 맡고 있다. 여기에 1천2백18명이 고용돼 있고, 정규직 노동자는 4백여 명에 불과하다. 김포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은 75퍼센트가 넘는 것이다. 김포공항 청소 노동자들의 저임금 현실을 보듯, 14개 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 임금 수준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외주화

따라서 전국 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지옥의 책임은 공항공사에 있다. 용역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 온 공항공사 출신 관리자들이 현장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노동자들을 관리해 온 것만 보더라도, 용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실제 사용자가 누군지 분명히 드러난다.

손경희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용역업체 사장은 현장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아 우리 업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합니다. 어디에 몇 명이 투입되는지, 노동 강도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 것도 모릅니다. 계약 따내서 이익금만 챙겨 가면 그만입니다. 그러니 우리에 대해 신경을 안 씁니다.”

현재까지 공항공사와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사항을 무시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시중 노임단가 적용 정부지침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고, “우리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므로 용역업체 일에 개입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다. 용역업체는 조합원 각 가정에 우편으로 일명 ‘호소문’을 보냈는데, 직장폐쇄 등의 내용이 담긴 일종의 ‘협박문’이었다. 이런 사측의 태도에 대해 손경희 지회장은 “전혀 대화할 의사가 없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김포공항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자, 노동자들을 적극 응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더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김포공항을 방문해 노조원들과 공항공사 사장을 연달아 만나기도 했다.

그러자 여론에 밀린 공항공사는 23일에 기습적으로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에 ‘24일 오후에 사장과 공사의 모든 직원 들간의 간담회를 개최하니 참석하라’는 공문을 부착하였다. 노조는 옳게도 공항공사 측이 일방적으로 잡은 간담회 참석을 거부했다. 아마도 공항공사는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26일 전에 대화 자리를 마련하려 애썼다는 면피용 시늉을 하려 한 듯하다. 공사는 ‘다음 주 공사 사장이 직접 현장 근무자들의 고충을 듣는 기회를 가질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흔들려 하고 있다. 기만적이게도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인 채 말이다.

노조는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26일 전면파업 돌입 결정은 변함 없다고 밝히고 있다.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신분에도 용기를 내 노조를 결성하고 당당하게 파업을 준비 중인 김포공항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 후 뺐겼던 상여금 중 5퍼센트를 돌려 받았고, 연차를 보장 받게 됐으며 관리자들의 횡포도 거의 근절시키는 등의 적잖은 성과를 쟁취했다.

지금 전국의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응원하고 있다. “다들 우리만 보고 있다. 우리를 보며 ‘대단하다’고 말을 한다”는 손경희 지회장의 말처럼, 이 투쟁은 공항에서 근무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손경희 지회장은 투쟁에 지지가 커지는 것에 감사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투쟁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우리에겐 대단한 힘입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가 되니 전에는 남의 집 일 대하듯 무시했던 공항공사가 움직일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포공항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